역시 조용필… 빗줄기도 못막은 ‘歌王의 바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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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50년 공연 ‘생스 투 유’

“다 부르려면 3일 걸릴거야”
적절히 배치 히트곡 메들리
4만5000명 중년관객들 열광

“다 부르려면 3일은 불러야 해.” “아∼미치겠어.”

이래서 조용필(사진)이었다. 지난 12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의 데뷔 50주년 공연 ‘생스 투 유(Thanks to you)’. 그는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야속한지 “날씨가 계속 좋다가… 아∼ 미치겠어”라며 ‘오빠’의 마음으로 우비를 입은 4만5000여 관객을 걱정하다가도, 주옥 같은 히트곡을 통기타 반주에 맞춰 한 구간씩만 부른 후 “다 부르려면 3일은 불러야 한다”며 ‘가왕’다운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또 “나 잡아당기면 안 돼”라며 무대 아래서 팬들이 뻗는 손을 잡았다가도 감격에 겨운 팬들이 놓아주지 않자 손을 쑥 빼며 “이것 봐 이것 봐”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쥐락펴락한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다.

이날 내린 비는 잠실경기장의 야구도 취소시켰지만, 조용필을 보겠다는 팬들의 열정까지 식히진 못했다. 그런 팬들에게 ‘한번 놀아보자’고 인사하듯 조용필은 인트로를 ‘여행을 떠나요’로 선택했다. 이어 ‘못찾겠다 꾀꼬리’ ‘바람의 노래’ ‘그대여’를 부르며 예열없이 현장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초로(初老)의 관객들도 이날만큼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며 호응했다. 원조 오빠부대들이 “오빠”라고 외치는 함성은 잠실 하늘을 뒤덮었다. 세션 반주를 최소화하고 조용필의 한 서린 목소리에 집중한 ‘한오백년’과 ‘간양록’이 흐를 때는 숱한 이들이 연신 촉촉해진 눈가를 찍었다.

선곡 순서도 기막혔다. “기도하는~”으로 유명한 ‘비련’의 여운이 가시기 전 ‘고추잠자리’와 ‘단발머리’를 연이어 부르며 흥을 돋웠고,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내레이션을 읊조리더니만 ‘장미꽃 불을 켜요’와 ‘모나리자’로 자리에 앉았던 팬들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약 3시간에 걸친 공연은 ‘꿈’과 ‘친구여’로 이어진 1차 앙코르에 이어 팬들의 성화로 다시 무대에 오른 조용필의 2차 앙코르곡 ‘바운스’가 울려 퍼진 후에야 마침표를 찍었다. 조용필은 말했다. “항상 저는 여러분 앞에 있어야 좋은 것 같아요. 전 평생 딴따라인 것 같습니다.” 관객은 열광했다.

이른 더위를 식히던 찬 봄비가 후끈 달아오른 4만5000여 팬들의 열기에 못 이겨 다시 승화되던 잠실이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