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美北 정상회담>美, 더 센 채찍 - 더 큰 당근… WMD제거-경제지원 ‘빅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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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北정상회담 협상카드 윤곽

폼페이오 “北 완전한 비핵화
더 크게, 다르게, 더 빠르게”
核폐기 이행시 큰 보상 시사

北, 최대한 다단계 보상 요구
의제 절충 싸고 치열한 다툼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제시할 협상 카드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신속하고 과거와 다른 비핵화’를 이행한다면 미국도 ‘엄청난 보상’을 약속하는 ‘빅딜’ 형태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13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 “더 크게, 다르게, 더 빠르게(bigger, different, faster)”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동결, 불능화, 폐기에 이르는 과거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핵무기 및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해외 반출 등 폐기 단계 조치부터 우선적으로 이행하는 역순을 밟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핵물질 완전 제거,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 제거 등도 뒤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요구에 맞춰 북한에 대해 제공할 수 있는 보상도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미국은 강조하고 있다. 종전선언 및 평양의 연락 대표부 개설 등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조치가 과거에 주로 얘기됐다면 이번에 핵심은 경제적 조치에 강조점이 있다. 경제적 보상도 ‘마셜플랜’식 원조가 아니라 대규모 미국 자본의 직접 투자라는 점에서도 규모가 대폭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같은 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은 농업 장비와 기술, 에너지가 절박하게 필요한 상황인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으로부터 기업인과 모험가, 자본 공급자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이들과 이들이 가져올 자본을 (핵 포기 대가로)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농업과 기술이 북한에 지원될 경우 “그들은 고기를 먹을 수 있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최종 보상책에는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농업 기술 이전, 전력난 해결을 위한 발전소 건설 등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자본의 북한 투자는 북한 입장에서도 최고의 체제안전보장 조치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제안이다.

다만 협상의 전술 차원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는 데 동의한다면 대북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말해 일괄타결 방식을 원칙으로 삼으면서도 어느 정도 유연성은 가질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비핵화 이행 단계에 들어가면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 해제 등 일부 인센티브 제공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물론 폼페이오의 이 같은 유연성은 폐기와 보상의 단계를 최소한 축소한 것이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도 비핵화 전 보상 방식에 동의하면서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