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理性판단 뒤엎는 怪談과 세월호 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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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동 문학평론가 서강대 명예교수

지난 10일 정치적 선동 ‘괴담’의 근원인 녹슨 세월호가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으로 1486일 만에 육지에서 완전 직립했다. 그리고 바로세워진 세월호 좌현에는 아무런 충돌 흔적이 없어 잠수함에 의한 ‘고의 침몰’설이 괴담임이 밝혀졌다. 지난달 21일 목포 신항을 찾은 이낙연 총리가 “세월호 선체를 바로세우고 나면 새로운 의혹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것”이라며 우려까지 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그런데도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은 “좌현에서 뚜렷한 흔적은 안 보이지만, …잠수함 충돌과 닻(앵커)으로 인한 침몰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또, 충돌설을 제기한 한 네티즌은 아직도, 선조위의 외력설 재조사를 두고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반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분별력 있는 대다수의 국민은 김 위원장이 확인하고 싶어 하는 ‘괴담(怪談)’보다는, 검·경(檢警)의 수사 결과를 훨씬 설득력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즉, 배 상부의 증축, 평형수 부족, 화물과 고박(固縛) 부실 등에 운항 미숙이 겹쳐서 발생한 사고였다. 지금 많은 국민은 지난 한 해 동안 해상 조난사고를 당한 선박이 3160척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리고 선주와 선박회사의 부실로 인한 세월호 해상교통사고를 정치적으로 너무나 오랫동안 끈질기게 이용하고 있다며 피로감을 느낌은 물론 분노하며 절망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인격 살인적인 괴담도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도 집권 1년이 지났으니 조작된 ‘괴담’ 정치의 틀에서 벗어나 큰 정치를 할 때다. 예로부터 부모상도 3년이 지나면 탈상(脫喪)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4년이 지난 세월호 사건도 묻을 때가 됐다. 지나친 감정 표현은 인간으로 하여금 이성적(理性的)인 판단을 흐리게 함은 물론 인간의 존엄성을 잃게 만든다. 고대 그리스의 희곡작가 에우리피데스가 ‘지나간 낡은 슬픔에 새로운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고 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 사회의 ‘괴담’ 정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부 정치세력에 ‘괴담’은 효과적인 정치 수단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국민의 시야를 어둡게 만들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를 식별하지 못하게 하는 비극적 결과를 초래해 왔다. 광우병 괴담, 천안함 폭침 음모론 같은 괴담, 그리고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의 전자파 괴담 등은 거짓으로 판명됐지만, 모두 국가의 안보와 경제 그리고 국론 분열에 너무나 큰 영향을 끼쳤다.

괴담은 어두운 ‘유령의 집’에서나 사용되는 언어이지, 투명한 문명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악담(惡談)이다. 괴담은 진실이 아닌 거짓 선동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밝혀진다. 에이브러햄 링컨도 말했듯이, 모든 사람을 얼마 동안 속일 수는 있고 몇 사람을 속일 수도 있지만, 모든 사람을 늘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법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정의롭게 집행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선동이 건강한 의회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민주주의는 여론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만일 여론이 진실에 기초를 두지 않고 허위적인 사실에 의해 형성된다면, 도덕적으로 지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결국 파멸이라는 큰 재앙을 맞게 된다. 디오니시우스가 ‘나라를 멸망시키는 가장 가까운 길은 선동가에게 힘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던 것도 혼탁한 선동 정치의 어지러운 현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