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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4일(月)
對北 기류差…한·미 로드맵도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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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美 스탠퍼드大 교수 겸 아·태연구소 소장

북한 문제를 보는 한·미 간 온도 차가 크다. 한국인들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갈채를 보내며 한반도에 평화가 온 것처럼 환호하는 반면, 미국 내 분위기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에 회의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에 일말의 기대를 걸긴 하지만 중요한 외교·안보 사안을 정치적 쇼로 몰고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다.

그러면 왜 한·미 간에 이처럼 다른 기류가 형성되는가? 가장 큰 이유는 정책적 우선순위 차이에 있다. 한국의 최우선 과제가 한반도 긴장 완화, 남북관계 개선, 통일이라면, 미국은 비핵화·핵비확산·인권문제가 중요 사안이다. 대북 문제에 관한 양국의 우선순위를 꼼꼼히 따져보면 오버랩이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한국으로선 전쟁의 위기감에서 벗어나게 됐고,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한국 예술단의 북한 공연,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남북 교류에 대한 기대도 많이 높아졌다. 그 반면 미국 입장에선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쇄할 예정이고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을 풀어주긴 했지만 아직 상황이 변한 게 별로 없다.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봐야겠지만, 미국 내 분위기가 여전히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한·미 간의 공동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한·미 간에 궁극적인 목표는 같더라도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우선순위를 조율해야 한다. 가령, 한국이 남북 경협을 빨리 추진하고 싶더라도 국제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어렵고 그러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비핵화가 진전돼야 한다. 한국이 말잔치만 무성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는 미국 내 볼멘소리는 차치하더라도, 양측이 추구하는 정책적 차이를 반영한 한·미 간 로드맵이 없이 진행하다간 그나마 양국이 개별적으로 북한과 이뤄놓은 진전들마저 그르칠지 모른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국 내에선 동맹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올 때 필자는 한·미 주요 언론의 분석을 통해 ‘하나의 동맹, 두 개의 렌즈’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한국도 이제는 엄연한 중견국으로서 동맹을 바라보는 나름의 시각을 갖게 됐으니 한·미 모두 양국 간에 존재하는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는 것이 동맹의 발전에 중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그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한의 비핵화가 진행되면 한·미 양국 간 차이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워싱턴이나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는 문 정부의 페이스에 말려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팽배하고, 한국 정부가 적극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판문점에서의 미·북 정상회담 개최도 그러한 우려 때문에 주요 정책 결정자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한국에서 거론되는 평화협정과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미국이 민감해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음 주 워싱턴으로 떠나는 문 대통령은 한국의 입장과 목표를 좀 더 분명히 하고 정상회담에 임할 필요가 있다. 한·미 간 차이가 없다는 원칙론이나, 애매한 중재론, 비현실적 운전자론에 매몰돼선 안 된다. 미국은 이미 북한과 깊숙이 정상회담 의제 등을 조율하고 있으며, 자칫 한국이 뒷좌석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억류된 미국인 3명을 풀어준 북한이 한국인 6명에 대해선 모른 체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제는 더 이상 미·북 간 중재를 맡은 제3자가 아니라, 중요한 이해 당사자로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구체화할 한·미 간 로드맵을 만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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