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도 필수예방접종사업으로 지원해야”

- 감염학회 등 “빠른 도입” 목소리

현재는 ‘다당질 백신’ 만 지원
건강 취약층 비용 부담 늘어나

의학기술의 발달이 백신 개발분야에서도 활발하지만 국가 필수예방접종사업(NIP·National Immunization Program)은 기술 발달의 속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NIP는 영유아와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예방접종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공중보건을 위한 국가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더 효과적인 신규 백신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지만, NIP에서 지원하지 않아 많은 건강 취약계층이 추가 비용을 부담해 접종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15일 대한감염학회 등 의료계에 따르면 국가가 지원하는 예방접종 백신의 질적 향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료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대표적인 사례가 폐렴구균 예방접종이다.

현재 폐렴구균 예방접종의 경우, 학회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2가지 백신 중 1가지만 지원된다. 폐렴구균 백신은 ‘23가 다당질 백신’과 ‘13가 단백접합 백신’ 등 2가지로 구분된다. 정부는 지난 2013년 5월부터 만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전국 보건소에서 23가 다당질 백신을 무료 접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3가 다당질 백신이 폐렴구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뇌수막염 같은 침습성 질환은 예방할 수 있지만, 폐렴구균 질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폐렴구균 폐렴에 대해서는 예방 효과가 일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대한감염학회는 2014년 성인예방접종 권장 가이드라인을 개정, 모든 65세 이상 성인과 18세 이상 만성질환자나 면역저하자에게 기존의 23가 다당질 백신만으로는 효과적인 폐렴 예방이 어렵다는 점에서 13가 단백접합 백신을 함께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13가 단백접합 백신이 2014년 65세 이상 성인 8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패혈증, 뇌수막염 등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뿐만 아니라 폐렴구균 폐렴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음이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단백접합 백신은 비용·효과성도 우수했다. 질병관리본부(KCDC)의 비용·효과성 연구에 따르면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23가 다당질 백신 단독 접종’보다 ‘13가 단백접합 백신 단독 접종’ 혹은 ‘13가 단백접합 백신 후 23가 다당질 백신 순차 접종’이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13가 단백접합 백신은 세계적인 추세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도 2014년 모든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폐렴구균 예방을 위해 13가를 우선 접종하도록 권고 사항을 변경한 바 있다.

이처럼 권고한 국가는 올해 1월 기준으로 홍콩, 영국, 캐나다, 프랑스, 덴마크 등 29개국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2016년 KCDC의 용역연구로 진행된 ‘국가예방접종사업 중장기 전략 개발 보고서’에서 다당질 백신의 한계를 고려해 13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의 NIP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다만 아직 고령층 13가 단백접합 백신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KCDC가 13가 단백접합 백신 제도 변경에 관한 추가 연구를 실시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13가 단백접합 백신 지원 논의는 물론, NIP의 지속발전을 위해 신규 백신들이 조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