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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5일(火)
환생한 아내를 손에 넣기 위한 흡혈귀 백작의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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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폴라 감독의 ‘드라큐라’

미나는 잠들기 전 침대 옆의 창문을 활짝 열어둔다. 늦은 밤이 됐을 때 그가 언제든 들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가 창문 앞을 서성이면 방에 있던 모든 붉은 장미는 시들어 재가 되고 침대 위의 미나는 아랫배가 뜨거워짐을 느낀다. 피가 끓어오르는 듯한 욕구에 오장육부가 뒤틀릴 때 즈음 그는 미나의 침대로 슬며시 들어와 키스를 퍼부을 것이다. 미나가 양팔을 벌리고 무아지경에 이르면, 그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미나의 목에 깊숙이 박아 넣고 마음껏 피를 빨아 댄다. 그렇게 한 차례의 성찬이 끝나고 나면 미나는 영원한 백작의 여자가 될 것이다.

1897년에 출판된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는 1922년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감독에 의해 ‘노스페라투’라는 제목으로 처음 영화화됐다. 이후 ‘프랑켄슈타인’과 ‘미이라’ 등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쏟아져 나왔던 호러 상품 중 하나로 제작된 ‘드라큐라’ 시리즈 (1931)를 필두로 뱀파이어는 영화사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소재 중 하나가 됐다. 주로 호러의 작법을 따라 전개되는 영화가 대부분이지만 원작 소설은 출판 당시 백작의 흡혈이라는 행위를 통해 젊은 여성들과의 성관계를 은유했다는 해석을 얻기도 했다. 또한 극 중 드라큐라 헌터로 등장하는 반 헬싱 박사가 흡혈귀의 성행이 피나 체액으로 감염되는 성병과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으로 사실상 브램 스토커는 희대의 카사노바를 피를 빨아 마시는 드라큐라로 재탄생시킨 것과 다름없다.

거장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1992년 작 ‘드라큐라’(사진)의 원제는 ‘브램 스토커의 드라큐라’(Bram Stoker’s Dracula)로, 이 작품 역시 원작 소설을 각색해 영화화했다. 코폴라 버전에서는 원작에 깔려 있던 에로티시즘을 현저히 부각시켜 단순한 호러 양식을 벗어나 고딕 스타일의 클래식한 에로틱 테일로 그려냈다.

부동산 중개업자 하커(키아누 리브스)는 런던에 땅을 사겠다는 드라큐라 백작(게리 올드먼)의 의뢰를 받아 트란실바니아에 있는 그의 성을 방문한다. 부동산 계약이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한 달을 성에서 묵기로 한 하커는 틈만 나면 자신의 약혼녀 미나(위노나 라이더)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성에서 감도는 원인 모를 공포심을 달랜다.

괴상하게 말아 올린 은발 머리에 긴 손톱을 지닌 드라큐라 백작은 생명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창백한 외모를 가졌지만 하커의 약혼녀 미나의 사진을 훔쳐 볼 때마다 폭발할 듯한 기운을 얻는다. 미나는 사실상 드라큐라 백작이 인간이었을 때 자살한 부인이 환생한 여인이며 백작은 미나를 손에 넣기 위해 그의 행적을 쫓기로 한다.

뭔가 꺼림칙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미나는 백작의 접근이 설렌다. 이름 모를 나라의 왕자라고 소개한 그가 곁으로 다가오자, 백작을 위해 온몸을 열어젖히고 싶은 욕망이, 전생에 백작을 그리며 죽음을 택했던 아픔이 교차하고 그의 어두운 그림자는 곧 미나를 소유한다.

결국 미나는 백작을 위해 목을 내어준다. 백작이 손톱으로 그어놓은 자신의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피를 미나가 받아 마시면서 미나는 백작의 여자가 된다. 송곳니가 자라고, 백작의 이름만 들어도 뽀얀 살을 드러내는 미나를 약혼자 하커는 힘없이 바라본다.

▲  김효정 영화평론가
영화의 후반부는 하커와 반 헬싱이 힘을 모아 드라큐라를 소탕하는 모험극으로 채워진다. 결국 백작은 이들의 활약으로 토막뿐인 주검이 된다. 그러나 선이 절대 악을 소멸시킴과 동시에 실현되는 하커와 미나의 해피엔딩은 밋밋하다. 영화 내내 겉도는 키아누 리브스의 지루한 연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가장 결정적으로는 백작의 질척한 파고듦이 너무나도 강렬하고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육체도 없이 바람처럼 이불 속으로 들어와 여자들의 허벅지 속을 파고든다는 코폴라식 드라큐라의 재현은 1920년대에 처음으로 스크린에서 보여진 이래 70년 만에 부활한 가장 관능적이고 저항 불가한 불멸의 섹스 심벌이 될 것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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