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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5일(火)
밀담과 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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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실제로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비밀 지키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에서 일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2013년 미국이 전 세계 35개국 정부를 감청(監聽)했다고 주장해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에 40분 정도의 ‘비밀 대화’가 이뤄졌다. 오찬을 마친 두 정상이 기념식수를 한 뒤 도보다리까지 오가며 단둘이 대화를 나눈 것이다. 통역이나 배석자가 없었기 때문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두 사람만 알 수 있다. 청와대는 당초 두 정상이 산책만 하고 돌아오는 계획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도보다리에 준비한 벤치에 두 정상이 앉아 27분간 진지한 대화를 나눴고, 그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대화 내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의례적인 말들만 오가기에는 긴 시간이었다. 국내외 언론사들은 카메라에 잡힌 김 위원장의 입술 모습을 보고 일부 대화를 재현해보기도 했다. 특히,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은 문-김 밀담(密談)에 더욱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미 정부 관계자에게 대화 내용을 아느냐고 묻자 “문 대통령이 다음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자세하게 설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보다리 밀담에 대해서는 미 의회와 싱크탱크도 큰 관심을 보였다. 워싱턴의 안보 관련 소식통은 “푸른 다리(도보다리) 대화는 군·정보 관계자들 만찬 자리의 주요 화젯거리였다”면서 “그런데, 한국의 국가정보원(NIS)이나 북한의 정찰총국(RGB), 미국의 NSA에서 그 대화를 감청하지 않았다면, 아마 관련 기관 담당자들은 해고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감청 기술까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관측에 대해 국내 정보 소식통은 “아무리 감청 기술이 발달했어도 주변에 별다른 시설이 없는 야외에서 나눈 대화까지 감청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스노든 폭로 당시 박근혜 정부는 버락 오바마 정부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한국 정부 입장을 이해한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확인도 부인도 않는 입장(NCND)이었다. 정보기관에서는 ‘정보 역량’을 노출하지 않으려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아는 척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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