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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5일(火)
산업혁명 관점으로 읽는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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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중 前 연세대 교수·정치학

57년 전 사건에 여전한 견해차
非民主性만 부각 能事 아니고
세계사·민족사적 視野서 볼 때

경제발전 2세기 처진 後후발국
산업화 성공 당연시해선 안 돼
北 김정은이 배워야 할 롤모델


내일은 5·16 발발 57주년이 되는 날이다. 두 세대 전의 역사 속 사건이나 살아 있는 쟁점으로, 이에 대한 견해 차이는 한국 사회의 통합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다.

5·16에서 최우선으로 거론돼야 할 것은 그것이 한국판 ‘산업혁명’의 계기라는 점이다.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해 타지로 확산된 산업혁명의 성사 여부는 선진과 후진, 제국과 식민을 가른다. 아울러 삶의 양식을 총체적으로 바꿔 인류사가 산업혁명 전과 후로 구분될 정도의 대사건이다. 한국은 5·16과 함께 이 세계사적 물결에 본격 동참한다.

1948년 건국으로 한국은 근대 국가로 탄생한다. 그러나 1960년대 초까지 대다수가 절대빈곤에 신음하고 군(軍) 예산의 전부와 재정 수입의 반을 무상원조에 의존하는 최빈국권 국가였고 민주주의는 표류했다. 북한과의 대결에서도 수세적 위치에서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5·16 후 산업혁명을 통해 빈곤을 해소하고 국가 재정을 스스로 감당하는 주권국가 체제를 확보했으며, 중산층 중심 계층 구조의 확립으로 민주주의 공고화의 기반을 놓는다. 특히, 북한을 압도해 한반도 내 주류 세력의 위상을 확고히 한다.

5·16 직후부터 박정희는 ‘5·16 군사혁명의 핵심은 민족의 산업화’에 있음을 강조하고 경제 발전에 거의 편집적(偏執的)으로 몰두하며 ‘하면 된다’ ‘민족중흥’ 등 한국 정치사상 전대미문의 구호 아래 침체에 빠진 국민을 분기(奮起)하게 한다. 동시에 군 조직의 근대적 관리 기법 등을 도입해 관료제를 정비하고 장기 경제계획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기획과 예산 기능을 겸비한 경제기획원을 창설하는 등 국가 능력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개혁에 나선다.

동시에 시장 자본 기술을 적극적으로 해외에서 모색하는 개방형 수출 지향적 발전 정책을 채택하고 한·일 국교정상화와 베트남전 참전으로 자본주의 최선진국인 미국, 일본과 긴밀한 삼각 경제협력 체제를 구축한다. 이상은 선진국 따라잡기를 위한 ‘맞춤형 개혁’으로, 산업혁명에 기여한 요인이다.

민주당 정부도 장기 경제계획의 입안 등 경제 발전에 의욕을 보였으나 광범위한 개혁을 추진할 비전과 상상력, 그리고 결기가 애초에 결여된 정부였다. 그 반면, 5·16의 주체인 군 장교단은 이한빈 교수가 ‘신지식인 집단’으로 명명했듯이, 당시 한국 사회의 다른 부문에 앞선 근대성의 습득으로 민간 정치인과 상이한 특유의 실사구시적 비전과 역량 그리고 추진력을 갖췄다.

5·16은 실정법상 반역(反逆)이고 민주 절차가 적지 않게 무시되는 장기적인 1인 중심 비민주(非民主) 정치의 출발점이라는 면에서 비난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음은 5·16과 그 후 비민주적 정치 전개를 어떤 상황에서도 민주주의를 절대시하는 ‘근본주의적 민주주의관(觀)’으로 재단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시사한다.

5·16이 발발하자 자유지식인의 대변지였던 ‘사상계’의 발행인 장준하조차 민주당 치하의 혼란을 개탄하고 5·16을 ‘혁명’으로 지칭하며 그 당위성과 불가피성을 인정한 것은 실정법적 평가의 한계를 보여준다. 동시에 5·16 후의 산업화는 제도와 정책의 개혁을 넘어서, 자유주의적 대화와 타협으로 해소가 어려운 격심한 갈등과 저항을 강압적으로 극복하는 과정임을 알아야 한다.

산업화는 시장경제 추세의 자연스러운 결말이 아니고, 국가 지도자의 일관된 비전과 집행력이라는 시장 외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야당은 산업혁명의 핵심인 중화학공업화를 강하게 반대하고 중소기업을 중시하는 ‘대중경제론’을 주창했다. 이는, 박정희의 장기 집권에는 중화학공업화 추진에 필수적인 장기에 걸친 예측 가능한 질서의 확보라는 측면도 포함, 내재돼 있음을 의미한다.

사회학자 엘런 K 트림버거는 후발 사회가 국내외적으로 위기 상황에 봉착할 경우 개혁적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고 근대화를 주도하는 경우를 ‘밑으로부터의 혁명’을 특징으로 하는 프랑스 혁명 같은 고전혁명과 구별하여 ‘위로부터의 혁명’으로 지칭했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과 이집트의 나세르혁명 등을 예로 제시했으나, 5·16이야말로 이에 해당하는 모범 사례다. 마지막으로, 김정은이 진심으로 경제 발전을 원한다면, 5·16과 함께 등장해 후후발국의 발전을 이끌어간 박정희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롤모델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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