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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5일(火)
금융산업 발전은 뒷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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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용 경제산업부 차장

지난 3월 말 사카키바라 사다유키(榊原定征) 일본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향해 “개헌보다 ‘사학 스캔들’ 의혹을 먼저 해소하라”고 꼬집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로 치자면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남북정상회담도 좋지만 극심한 청년실업률 문제에 관심을 가져라”고 한마디 한 셈이다. 게이단렌에 보도 확인을 요청했더니 “애정 어린 조언을 한 것인데 언론이 좀 과장 보도했다”며 발언록 원본을 보내왔다. 노골적 비판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카키바라 회장은 “공문서 조작은 큰 문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진실을 밝혀야 한다. 개헌 시기는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은 맞다. 정부와 기업의 관계가 수직·종속적인 한국과는 확실히 뭔가 다르다. 한국이었다면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이 달라붙었을지 모른다. 서울 특파원 출신 일본 기자는 “한국 기업이 정부 눈치를 더 많이 본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일본통인 국내 경제단체 고위 인사는 “일본은 기업을 ‘지혜의 주머니’라고 생각하고 쓴소리도 존중해주는 문화가 있다”며 “정부 말을 안 듣는다고 기업에 호통치거나 보복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웃 나라 상황을 장황하게 말한 이유는 요즘 민간 금융권 전반을 적폐세력으로 다루는 금융 당국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특히 학자로서 이론에만 익숙한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한 이후 금융권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 금융사 임원은 “윤 원장의 취임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반응했다. “보통 취임사에서는 원론적인 얘기만 하는데 윤 원장은 감독 업무를 제대로 해볼 테니 금감원의 독립성을 보장해달라고 했다”며 “업계의 현실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칼만 휘두르려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했다. 이전에도 금융 당국의 ‘요란하고 거친’ 단속이 도마에 올랐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재직 당시의 채용청탁 의혹으로 물러나자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대해 누가 봐도 보복성인 특별검사를 벌였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건을 다루는 금감원의 움직임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른바 ‘조치사전통지서’를 휴일에 통보하고 언론에 이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공지했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엔 보안에 유의하라, 통지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기업으로선 ‘우리가 때릴 때 저항하지 말고 맞기만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이제 명확해졌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눈앞엔 청와대만 아른거릴 뿐 금융산업 발전은 없다. 글로벌 경쟁력은 옛말이 됐다. 두 기관이 공동 운영해온 ‘금융규제민원포털’ 사이트는 사실상 활동이 종료됐다. 금융개혁 현장점검 검토 과제도 올라오는 족족 ‘불수용’으로 공지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문재인 정부 1년, 금융 분야의 성과와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금융산업 자체의 낮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금융권 쇄신이 너무 지나치면 금융권이 위축돼 자신감을 상실할 수 있다. 시장 기능이 망가지고 민간의 실력은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 점은 금융 당국이 귀담아야 한다.

mykim@munhwa.com
e-mail 김만용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김만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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