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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6일(水)
태양광 설치 가능지역 ‘묻지마 투자’… 정작 사업은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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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전북 남원시 사매면 노봉마을 입구에서 주민 최석재(82) 할아버지가 태양광발전소 반대 플래카드를 가리키고 있다. 이 마을은 소설가 최명희의 고향이며 작품 ‘혼불’의 무대로 혼불문학관까지 건립돼 있지만 최근 마을 뒷산에 태양광발전소 건립이 허가되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 투기 광풍으로 번진 태양광발전소

업체 경쟁에 주민 갈등·환경 훼손… 許可 싸고 非理온상으로

3.3㎡당 3만원 했던 시골농지
5년새 3배 넘어 10만원 호가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 받으려
함석지붕 버섯재배舍도 난립

年 발전용량 3배이상 늘어나
전기공사업체 5년새 2400개↑
공급 많지만 변전소 용량 부족
送電 대기물량도 전국서 속출

과당경쟁으로 허가 취득 비리
한전·지자체 등 72명 적발돼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천명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소 투자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태양광 설치가 용이한 농촌지역의 농지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16일 전북 정읍과 남원, 고창 등 전북 농촌지역 일선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농업 생산력이 떨어지는 인적 드문 시골 농지의 매매가가 3.3㎡당 1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4∼5년 전 2만∼3만 원에 거래되던 ‘자투리’ 땅 가격이 3∼4배 이상으로 급등한 것이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가 바로 전달될 수 있는 한국전력의 3상 전력선이 닿는 곳은 매물을 찾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태양광발전소에 대한 투자 열풍이 낳은 낯선 풍경으로 인해 별 볼일 없던 농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인근 우량 농경지 가격까지 부풀리며 귀농·귀촌이나 경작 규모를 늘리려는 농민들이 엉뚱한 피해를 보고 있다. 농업생산력을 기준으로 3.3㎡당 3만∼5만 원 수준이어야 할 농지를 태양광발전 용지 가격 이상으로 올려놨기 때문이다.

태양광발전 열풍을 둘러싼 ‘묻지마’ 투자로 또 다른 피해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북의 경우 태양광발전 허가만 받아 놓고 사업을 준비 중인 곳이 더 많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허가 난 태양광발전소는 모두 7392곳(2490㎿)이나 된다. 이 가운데 사업을 준비 중인 곳은 4838곳(1898㎿)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곳(2554곳·592㎿)보다 더 많다.

한 태양광발전소 분양 신청자는 “일명 태양광발전소 쪼개기 분양(대규모 개발 후 100㎾ 단위로 나눠 분양)에 신청했지만, 1년이 넘도록 사업이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며 “계약금만 날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태양광 투기 열풍은 또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지금은 주춤해졌지만 도로 변에 엉성하게 지어진 ‘버섯재배사’ 난립도 태양광발전소 투기 열풍이 빚어낸 것이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를 발급하면서 건물 위에 올라가는 태양광발전소에 1.5의 가중치를 적용했다. 그러자 가중치를 받으려는 태양광 업자들이 급히 만든 버섯재배사에 함석지붕을 올렸다. 실제로는 버섯을 재배하지 않는데도 함석지붕을 얹어 버섯재배사를 정상적인 건축물로 인정받고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 2015년부터 부랴부랴 시행 법령을 개정해 소규모 100㎾급 이하 발전소의 경우 가중치를 상향 조정하고, 신규 동식물 재배사 등 건축물에 대한 기간 경과 기준을 둬 무분별한 버섯재배사를 이용한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규제했다.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뛰어든 전기공사업체 수도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소 건립 등으로 중소 건설업 경기가 좋아지는 순기능도 있지만, 과당경쟁으로 농촌 구석구석까지 파고들며 주민 갈등을 유발하고 산림 등 자연 훼손도 마다치 않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전기공사협회 전북지부에 따르면 2005년 말 전국적으로 1만여 곳에 이르던 전기공사 등록업체 수가 지난 4월 말 현재 1만6388개로 증가했다. 전북지부 관계자는 “전기공사업체로 등록한 업체 모두 태양광발전소 건립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태양광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3년 말 1만3947개 업체에서 올 4월 말 현재 1만6388개로 2400여 개 늘었다”고 말했다.

전기공사업체 수만 증가한 게 아니다. 태양광발전소의 설치 용량도 크게 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2013년 1897곳 38만9036㎾였던 태양광발전 설치 용량이 지난해 5372곳 112만312㎾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2년까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적용하던 것을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로 제도를 전환한 후 5년 만에 태양광발전소 연간 설치 용량이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태양광 투자가 늘다 보니 태양광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도 변전소가 이를 받아주지 못하는 지역도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2015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박완주(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한전이 제출한 태양광 자료를 보면 변전소에 여유 용량이 없어 태양광발전소를 설립하지 못하는 지역이 22곳에 달하자 변압기와 변전소의 제한량을 늘렸다. 하지만 여전히 강원(도계)과 전북(고창, 남원), 전남(고흥, 남창, 보성, 안좌, 영암, 진도, 화원), 경북(영덕), 제주(조천, 표선) 등 13개 변전소에서 전기를 받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자 한전은 아예 2016년 10월부터 전국적으로 1㎿ 이하 전력은 무제한 송전이 가능하도록 증설했다.

태양광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뒷돈을 주고라도 태양광발전소 허가를 취득하려는 업체와 관련 공무원들의 비리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2월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점검’ 결과 47명(한전 38명·지자체 9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25명(한전 13명·지자체 12명)에 대해서는 주의를 요구했다. 특히 비리 혐의가 중대한 한전 직원 4명에 대해서는 해임을 요구하는 동시에 검찰에 수사도 의뢰했다.

이처럼 태양광 발전사업이 비리의 온상과 투기성 광풍으로 이어진 것은 초기 시설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업체에 따르면 시설 용량 100㎾ 기준으로 금융권 융자 1억∼1억5000만 원에 자기자본 4000만∼5000만 원만 있으면 매달 200만 원 이상 소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양오봉(전북대 화학공학부 교수) 한국태양광발전학회장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하지만 투기 광풍으로 이어진 신재생에너지를 무작정 친환경으로 덧칠할 일이 아니다”며 “정부 주도의 태양광 사업이 추구하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지역 주민과 상생 관계를 구축하는 등 장기적이며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글·사진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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