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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6일(水)
금감원의 ‘삼성바이오 번복’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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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를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시점이 묘하다. 이른바 실세라는 김기식 원장이 퇴임하고 새 원장이 취임하기도 전이다. 윤석헌 원장은 지난 8일 취임식을 가졌다. 금감원의 발표 후 사흘 만에 시가총액이 8조5000억 원 줄었다. 금감원이 이렇게 중대한 발표를 원장이 없는 상황에서, 더욱이 최종 결정도 아닌 사항을 공개했다. 시장 교란이 발생하고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됐다.

금감원의 주장은 지난 2015년 말 삼성바이오가 가지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 처리한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Biogen)이라는 두 회사가 에피스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바이오젠은 에피스의 기업 가치가 상승했을 때, ‘50%-1주’를 가질 수 있는 옵션도 가지고 있다. 2015년 에피스 제품에 대한 판매 승인 등으로 기업 가치가 커졌다. 이에 따라 바이오젠이 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와 함께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우리나라 회계 기준에 따라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규정하고, 에피스의 영업이익이 아니라 주식의 가치를 반영해 회계 처리를 했다.

쟁점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이오젠이 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질적으로 삼성바이오가 독점적 지배력을 상실했는가이다. 상실하면 에피스는 ‘관계회사’가 된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3대 회계법인이 적정성을 인정했고, 2016년 2월 금감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에피스의 이사회에 동수의 이사를 파견한다면 에피스는 삼성바이오의 영향력 아래 있지만, 지배됐다고 볼 수 없다. 만약 삼성바이오가 자신들에만 유리한 경영을 시도할 때, 바이오젠은 이사회에서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옵션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이미 실질적 경영권은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이 공동으로 실행하게 돼 삼성바이오의 독점적 지배권은 상실됐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옵션 행사는 바이오젠이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점으로 결정할 것이다.

이 문제가 회계 기준에 따른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사항으로 변질되고 있다. 동일 사항에 대해 정권이 바뀌면서 판단도 바뀌었다. 일부 언론은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국민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연계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이 아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지난 2015년 7월에 임시주주총회에서 마무리됐다. 삼성바이오의 2015년 말 회계처리와는 관계가 없다. 삼성바이오가 코스피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삼성바이오는 상장 이후 바이오 대장주로서 코스피를 선도했다.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의 평균 편입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연초에 비해 2.5배 증가했다. 국민 모두가 혜택을 보았다.

결국, 금감원이 과거 자신의 판단을 번복할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기업에 대한 판단이 달라져 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이 무너진다면 시장에 부담이 된다. 특히, 바이오산업과 같은 신(新)성장동력 투자의 경우 부담은 훨씬 크다. 성공 여부가 불투명함에도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데, 정책마저 불안하다면 어느 기업이 투자에 나설까. 외국 투자자들 역시 우리 기업에 대한 투자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기업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 건전한 토대 위에서 경쟁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합리적인 정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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