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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6일(水)
美서 주한미군 철수論 계속되는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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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주한미군 철수는 트럼프 本心
‘北 비핵화’로 명분 더 강해져
트럼프·시진핑 대화 있었을 것

“北·中·美 물론 한국도 원할 것”
미 의회, 협상카드 우려해 제동
文정부도 명확한 입장 밝혀야


이달 초 방문한 미국 워싱턴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한 얘기를 곳곳에서 들었다. 의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 전문가 다수가 순순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절대 불가라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북한 억지, 중국과 러시아 견제, 그리고 세계 최대 규모의 평택 기지 완공 등이 불가 이유였다.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나 논리를 듣다 보면, 이것이 단순한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미국에서 주한미군 철수 얘기가 나오는 첫째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적인 생각이 그렇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때부터 주한미군 철수를 거듭 주장해왔다. 한국 같은 부자 나라를 왜 미국이 자기 돈 들여가며 지켜주냐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따금 말이 너무 험하다는 비판도 받지만, 자신의 말은 지켜왔다. 이란 핵협정(JCPOA) 파기, 환태평양경제공동체(TPP) 탈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이유는 명분과 당위론이다. 미·북 간 비핵화 협상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온다면 주한미군이 필요 없어진다는 트럼프의 믿음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파괴무기 조정관은 “한국은 기술력을 가진 선진국인데, 약하고 가난하고 핵도 없어지는 북한을 막지 못할 이유가 뭐냐는 것이 트럼프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셋째, 이해 당사국 모두가 원한다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와 함께 진행될 평화 체제 논의에서 북한이 가장 먼저 주한미군 철수를 제기할 것으로 워싱턴에서는 예상한다. 북 정권은 한때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거부감과 두려움을 느껴 주한미군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없어야 근본적인 정권 안전이 확보되고, 대남 영향력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의 대화 국면에서 김정은 몇 마디에 춤추는 남쪽을 보며 더 만만하게 느꼈을 것이다. 중국은 동북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 철수가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주목되는 것은, 워싱턴에서 문재인 정부도 미군 철수를 원할 것으로 관측한다는 점이다. 한·미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속마음을 잘 숨기는 것 같다”며 “결국은 남·북·미·중 4자 모두 주한미군 철수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넷째, 트럼프의 선거 전략으로도 좋은 소재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11월 중간 선거,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내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왔다. 버락 오바마는 도저히 해낼 수 없었던 일이다. 그동안 고생한 우리 건아들을 크리스마스 전에 고국의 품에 안기도록 하겠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의회와 국방부 쪽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현재 2만8500명인 주한미군을 2만2000명 미만으로 축소할 수 없도록 하는 새 국방수권법안이 미 하원 군사위를 통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은 대통령의 몫이고, 대통령은 트럼프다. 한 전문가는 “대통령은 정부나 의회가 반대해도 원하는 것을 실행에 옮길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미국은 한국 안보를 포기하는 것일까. 전직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지상군은 빠지고, 공군과 연합훈련을 통해 한·미 동맹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만일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 논의를 시작한다 해도 결정은 그의 임기 내에 내려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된 워싱턴의 담론을 들으며 두 가지 의문이 생겼다. 먼저, 트럼프는 중국의 안보 위협은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미·중 관계에 정통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안 웨스타드 교수는 “남·북·미와는 별도로 미·중 간의 대화가 필요하고, 아마 진행 중일 것”이라면서 “트럼프·시진핑(習近平)에게 중요한 것은 남북의 이익이 아니라 미·중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문은 문재인 정부가 정말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느냐는 점이다. 문 정부에 ‘양키 고 홈’을 외치던 운동권 출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 주장 자체를 무조건 잘못됐다고 비난만 할 수도 없다. ‘자주적인’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 무슨 잘못이겠나. 그러나 주한미군의 존재는 단순한 자존심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문 정부는 이런 의구심에 명확히 그리고 솔직히 답해야 한다.

<워싱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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