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투기자본 vs 가치 투자자 ‘충돌’… 국민연금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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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모비스 주총 전망

외국계 자본·의결권 자문사와
미래가치 따지는 투자자 대결
공정위, 개편안에 긍정적 반응
9.8% 보유한 국민연금이 관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싸고 현대모비스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둘러싼 현대차그룹과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대결에 대해 단기 이익을 우선하는 외국계 투기자본 및 이들의 논리를 따르는 국제 의결권 자문사와, 미래 성장 가치를 중시하는 장기 투자자 간의 대치 국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합병 반대세력의 주축인 엘리엇은 1%대의 현대모비스 지분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초에 지분을 매수해 보유 기간도 6개월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적 투자 효과보다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에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국제의결권기구(ISS)와 글래스 루이스는 엘리엇과 같은 논리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 권고를 한 상황이다.

지배구조 개편안이 통과되려면 오는 29일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주식을 가진 주주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지분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현대모비스 지분은 기아차 16.88%, 정몽구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 등 현대차그룹에서 총 30.17%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모비스 지분 9.82%를 보유하고 있고, 국내 다른 기관투자가들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민연금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이 가세한다면 외국 자본과의 표 대결에서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커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모비스를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으로 분할, 모듈·AS부품 사업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개편안에 대해 ‘현대차 기업집단이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데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번 분할·합병이 정부 정책 기조와도 맞는 만큼,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운영수익도 중요하지만, 사실상 ‘국부펀드’로서 국내 기간산업과 제조업의 성장·발전에 공헌할 책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유사한 비율로 보유하고 있어, 현대차그룹 개편안에 따른 자산 변동 자체가 거의 없다는 분석도 있다. 반대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이 자체 판단에 따라 찬반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을 참고할 수밖에 없으리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