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들 운동 많이해도 건강 안좋아… 일 더하고 싶은데 ‘원치 않은 퇴직’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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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사회학회 보고서

非은퇴자 보다 운동량 많아도
신체·정신건강상태 모두 나빠

은퇴하면 운동도 맘껏 하고, 여가생활도 즐기게 되니 몸과 마음이 건강할까?

이는 해외 은퇴자들에게는 해당되지만, 국내 은퇴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 은퇴자들은 비은퇴자보다 운동도 많이 하고, 흡연·음주도 삼가지만 정신건강은 물론 신체 건강상태가 더 좋지 않았다. 이는 일을 더 하고 싶은데 원치 않은 퇴직이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17일 한국보건사회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된 ‘은퇴와 건강: 건강생활습관과 정신건강을 중심으로(이정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김주연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연구패널조사(2006~2014)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보고서는 “종합적으로 고용의 불안과 조기은퇴는 조기은퇴자에게 스트레스를 줘 그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주관적 건강상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며 “인구구조의 변화와 기대여명 증가에 따른 정년연장의 논의는 노후소득보장의 목적뿐만 아니라 중·고령자의 건강 향상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 은퇴자는 비은퇴자보다 평균적으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녔다. 은퇴자의 경우 평균 48.3%가량이 일주일에 1회 이상 운동하지만, 비은퇴자는 33.7%에 그쳤다. 흡연자도 은퇴자는 18.5%이지만, 비은퇴자는 30.7%였으며, 음주자 역시 은퇴자(40.7%)보다 비은퇴자(58.2%)가 더 많았다. 반면 정신건강과 주관적 건강상태는 은퇴자가 비은퇴자보다 나빴다. CES-D(우울증자가진단·점수가 높을수록 우울) 수치를 보면 은퇴자는 3.6027점으로 비은퇴자(2.0269점)보다 높았다. 주관적 건강상태(낮을수록 좋음) 점수에서도 은퇴자가 3.74점으로 비은퇴자(2.96점)보다 크게 높았다.

보고서는 “은퇴 이후 건강생활습관의 개선을 가져온다는 분석 결과는 해외 연구들과 대체로 일치하지만, 정신건강과 주관적 건강상태가 악화한다는 분석 결과는 해외 연구 결과와는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원치 않은 은퇴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이는 비은퇴자를 근로자와 실업자로 구분해 실업자를 비자발적 은퇴자로 고려해 분석한 결과에서 확인됐다. 정신건강은 비은퇴자에서 실업자가 되면 CES-D 점수가 약 0.9점 늘었다. 반면 은퇴자는 약 0.3점 증가하는 데 그쳐, 실업자가 정신건강에 더 취약했다. 주관적 건강상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