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7차례 부상서 일으켜준‘넌 할 수 있어’… 그 말이 나를 달리게 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은사의 도움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긴 임효준 선수. 이제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친선대사로도 활동하며 어린이와 운동하는 후배들에게 꿈과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쇼트트랙 국가대표 임효준의 나를 만든 스승

잇단 골절로 재활치료 고통
그때마다 포기 생각했지만
스승들 격려에 다시 일어나

‘평창’앞두고 두려웠지만
배주영 선생님 덕 희망 가져

지금은 쇼트트랙 꿈나무 돕고
‘초록우산’친선대사로 활동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모두 7차례나 다쳐 병상에 있을 때도 잦았어요. 만약 선생님들의 도움이나 격려로 그 험난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과 500m 동메달을 따며 일약 한국 빙상의 희망으로 떠오른 임효준(22·사진) 선수. 임 선수는 주저 없이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같이 풀어준 든든한 조력자로 은사들을 꼽았다. 지난 14일 오후, 5월 햇살이 싱그러운 서울 송파구 오륜동 한국체육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임 선수는 “중국 베이징(北京) 올림픽까지 4년 남았는데 실수도 줄여 메달을 더 많이 따고 이후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스포츠 심리 또는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이돌그룹 같은 호남형의 얼굴이 맑게 빛났다.

20대 또래들보다 조금 더 여유를 갖게 됐지만, 그의 선수생활을 돌이켜 보면 사실 역경, 그 자체였다. 중학교 1학년 때 정강이 골절 부상을 시작으로 발목 골절, 허리 압박골절 등 7차례나 다쳐 재활치료와 복귀, 다시 재활하는 험난한 과정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고교 1학년 때는 3학년 선배를 제칠 정도로 기량이 성숙했고 자신감도 충만했는데 덜컥 허리 부상으로 2년 가까이 운동을 하지 못했다. 남몰래 눈물 흘리는 날이 많았던, 제일 힘들게 각인된 시절이다. 그 과정에서 사업을 하는 부친 임재호(52), 모친인 곽다연(48) 씨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평창 동계올림픽에 반드시 출전해야겠다는 희망을 품고 버텨냈다. 믿고 기다려준 부모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2년간 재활만 하고 시합을 나갔는데 잘 될까, 겁이 나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숱한 재활 과정에서 재활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는 배주영 선생님이 도움을 주셨어요. 운동이 힘들어 포기하겠다고까지 했는데 ‘할 수 있다, 넌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북돋워 주셨죠. 지금도 SNS로 계속 뵙고 있어요.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면 모시겠다고 해서 배 선생님 부부를 같이 초대했는데 메달을 딴 후 경황이 없어 바로 직접 인사를 못 드리고 문자로 ‘선생님, 해냈습니다’고 연락드렸더니 ‘길게 말 안 할게. 지금 내 마음도 네 마음과 같다. 시합 끝나고 연락하자’고 하시더군요.”

그는 “15년 가까이 쇼트트랙만 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배운 게 많았다”며 “20대 누구보다도 더 다양한 경험을 쌓았는데 그때 포기했더라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주위의 청년들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며 뚝심으로 한 우물을 판다면 막판에는 승자의 미소를 띨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평범하면서도 꾸준함을 요구하는 진리를 굳게 믿는다고 했다. 임 선수는 “1500m 경기가 아마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터닝포인트이자 한 단계 발전하고 도약하게 된 계기였기 때문”이라는 임 선수는 “얻은 게 참 많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 그는 국내 최대 아동복지 전문기관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친선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단을 통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이비호(9) 군의 사연을 접하곤 선뜻 1000만 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든든한 멘토가 될테니 자신처럼 쇼트트랙 국가대표라는 꿈을 이루라는 의미다. 임 선수는 “비호의 사연을 우연히 접하게 됐는데 저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훈련 과정을 거치는 것을 보곤 마음이 울컥했다”며 “비호를 보곤 저의 과거, 초심을 한 번 더 돌아보고 떠올리게 됐다”고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나중에 비호랑 같이 경기를 하길 소망한다고도 했다.

임 선수는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후에는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생각이다. 운동선수로서 느꼈던 심리적 부담과 심리 메커니즘을 중요하게 보고 진로를 설정하기로 했다. 국제대회에 다녀 보니 어학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면서 영어공부도 고삐를 바짝 죄기로 했다. 선수생활을 그만둔다면 장래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날도 인터뷰하고 나면 곧바로 하루도 거르지 않는 운동을 할 거라고 했다. 비시즌이지만 미래를 위해 1~2시간은 꼭 빼놓지 않고 하는 단련이자 담금질이다. “메달을 획득한 후 저한테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1년 전만 해도 사실 국내 대회에서 조금 이름을 알린 평범한 선수였죠. 운 좋게 꿈꾸던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서 전보다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고 응원해 주십니다. 운동선수로서 좋기도 하지만,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도 느낍니다.” 태극마크 청년은 제2의 도약을 위해 신발 끈을 고쳐 매더니 총총히 훈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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