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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7일(木)
먹통 핫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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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남녀가 첫 미팅을 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선 첫 전화 통화가 필수적이다. 누가 먼저 할지, 첫말은 무엇부터 할지 고민하다가 차일피일 시간이 지나가면 그렇게 관계는 식어버린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7일 앞두고 20일 개통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핫라인’인 직통전화가 17일 오전 현재까지 벨이 울리지 않고 있다. 전날 새벽 북한이 판문점을 통해 남북고위급회담 전격 취소를 통보했지만, 이런 상황에 양 정상 간의 오해를 풀라고 있는 직통전화는 여전히 불통이다. 지난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은 “통일을 위해 김 위원장과 직통전화로 수시 논의할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첫 통화도 못 하고 감감무소식이다.

남북 간에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핫라인이 설치되고 단절된 것은 모두 6차례다. 지난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라 설치된 남북조절위원회의 양측 대표인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북한 김영주 조직지도부장의 사무실에 직통전화가 설치됐다. 이 부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고 김영주는 김일성 주석의 친동생인 만큼 정상 간 핫라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4년 뒤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을 계기로 이 핫라인은 폐쇄됐다. 2000년 6·15 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국가정보원과 북한의 통일전선부를 연결하는 핫라인이 설치됐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유엔총회에서 북한에 대한 인권결의안을 제안했고 북측은 직통전화 단절로 응수했다. 이후에도 연결됐다 끊어졌다 반복되다가 처음으로 청와대와 김 위원장 집무실에 설치된 것이다. 이번 남북한 합의에서 특이점은 정상 간 핫라인 설치인데 아직 통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판문점 합의 이행까지는 멀고 먼 길이다.

미국과 구 소련도 쿠바 핵위기 직후인 1963년 백악관과 크렘린궁을 연결하는 핫라인을 설치해 냉전 시대 위기관리에 긴요히 활용했고 영국과 소련, 프랑스와 소련 간에도 핫라인이 개설돼 우발적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많다. 요즘 정상 간에는 도청 방지를 위해 암호화된 비화(秘話)전화로 통역을 중간에 두고 통화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짧게는 25분에서 길게는 75분까지 수시로 통화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정상국가를 지향한다면 우선 핫라인부터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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