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걸프6국, 헤즈볼라 지도부 금융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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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지원 받는 레바논 무장파
최근 총선 승리 영향력 커져
시아파 정권 강화 사전 차단

나스랄라 등 5명 재산 동결
TFTC, 9명 추가제재 밝혀
트럼프 정부 출범 뒤 처음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걸프협력회의(GCC) 6개 국가가 미국과 손잡고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지도부에 대한 경제제재에 들어갔다. 최근 레바논 총선에서 승리하며 군사력 강화가 가능해진 헤즈볼라에 대한 강력한 견제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면서 중동 지역에 추가적인 긴장이 감돌고 있다.

16일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주축이 된 테러자금추적센터(TFTC)는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와 부지도자 셰이크 나임 카심 등 지도부 5명에 대한 글로벌 재산 동결 등 제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카타르, 오만, 쿠웨이트 등 GCC 6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TFTC는 이들 외에 헤즈볼라 인사 9명에 대한 제재를 추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출범한 TFTC가 특정 단체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예멘지부에 이어 헤즈볼라가 세 번째다. TFTC는 “이란의 자금 수억 달러가 이라크를 거쳐 테러단체 헤즈볼라로 흘러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7일 열린 총선에서 헤즈볼라가 주도하는 자유애국운동(FPM)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지 약 10일 만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동안 미국은 테러조직 헤즈볼라를 지원한다는 구실로 이란에 대한 강경한 제재를 가해 왔지만 헤즈볼라 인사들에 대한 직접 제재에 나선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이후 처음이다. 제재 인사 중 나스랄라는 1995년과 2012년 제재 대상에 올랐지만 카심 등은 한 번도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 아랍 국가들이 보다 적극적인 제재에 나선 것도 이례적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우리는 헤즈볼라의 슈라(내각)를 겨냥해, 정당인 척하는 헤즈볼라와 테러조직 헤즈볼라를 구분해야 한다는 기만적인 행태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아랍 국가들의 이 같은 연대는 이란을 시작으로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을 연결하는 시아파 정권의 ‘초승달 벨트’의 군사력 강화를 우려하는 데에서 의견 일치를 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핵협정 탈퇴를 선언한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과, 시아파 헤즈볼라가 정권 장악으로 합법적인 군사력 증강을 하는 것을 사전에 억제하겠다는 수니파 정권 아랍 국가들의 의도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15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자금 통로가 되는 이란 중앙은행과 이라크 은행들, 지난주에는 개인 6명과 단체 3개를 대상으로 한 제재를 발표하는 등 핵협정 탈퇴 이후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GCC는 2013년부터, 아랍연맹은 2015년부터 헤즈볼라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해 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카타르의 셰이크 빈 무하마드 압둘라힘 외교장관을 만나 테러지원에 대한 논의를 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