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일 O시 총공”… 실검 장악 작전 펴는 네티즌들

아이돌 팬덤 검색어 1위 운동
사회·정치적 문제에도 동원돼

“모바일 참여땐 데이터 사용”
“시간 안 놓치려고 알람 맞춰”
이슈 띄워 관심 유도 문화로

불법촬영(몰카) 범죄 수사가 남성에게만 유리하게 이뤄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동일범죄 동일처벌’을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들기 위해 네티즌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아이돌 ‘팬덤문화’에서 시작된 ‘총공(총공격)’ 문화가 사회·정치적 이슈로 확산하고 있다.

여성이 대다수 회원인 한 인터넷 카페에는 “17일 인터넷 실검 총공 가자”라는 글이 올라왔다. ‘총공’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을 뜻하는 은어다. 게시글은 ‘동일범죄 동일처벌’이라는 단어로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악하기 위해 오전 8시, 낮 12시, 오후 9시 정각부터 15분간 해당 문구를 직접 입력하라고 공지했다. 이들은 남성이 피해자인 ‘홍익대 누드모델 사진 유출 사건’ 수사는 빠르게 진행된 반면 여성이 피해자인 다른 몰카 사건은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오는 1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열리는 ‘편파 수사 규탄 집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온라인상에서라도 힘을 보태달라”며 “지인들에게도 실시간 검색어 장악을 위한 활동 내용을 홍보해 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게시글에는 실시간 검색어를 올리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모바일로 참여할 경우 와이파이는 한 번만 집계되기 때문에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며 검색 후 나오는 관련 블로그 글을 모두 누르라고 강조했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인터넷 접속 기록이 남지 않는 ‘시크릿 모드’를 실행해야만 클릭 수가 제대로 집계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출근길 지하철에서 계속하겠다” “총공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알람을 맞춰놨다”는 등의 댓글들이 달렸다.

총공은 아이돌 팬클럽들이 응원하는 가수의 생일이나 앨범출시일에 맞춰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기 위해 사용된 방식이었지만 점차 사회·정치적 문제에도 동원되고 있다. 묻힌 이슈나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한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끌어올려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지난 3월 27일 성신여대 SNS 커뮤니티 ‘성신여자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성신여대 미투 해시태그 및 실검 총공’ 관련 공지글이 올라왔으며, 실시간 트위트 수 1위를 기록하며 끝을 맺었다. 지난해 8월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고마워요 문재인’이, 지난해 11월 김정숙 여사 생일에는 ‘사랑해요 김정숙’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특정 이슈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기 때문에 개입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실시간 검색어에 개입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다 보면 검색어 순위는 실제 여론을 반영한다기보다는 구성된 현실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