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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7일(木)
김계관, CVID 걸고나선 까닭…볼턴·사찰완화 노린 ‘양수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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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6자회담 세미나’서 연설하는 北김계관 (베이징=연합뉴스) 북한 외무성 김계관 제1부상이 18일 오전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 제1부상은 “대화에 전제 조건을 다는 것은 불신을 야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3.9.18
‘완전한 비핵화’ 동의에도, 검증 관련 ‘협상 문턱’ 높일 의지
김영철-리용호 공식 협상축 아닌 김계관 발언 주목…간보기?


오랜 침묵을 깨고 등장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CVID) 원칙 수용 불가를 밝혀 주목된다.

이미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두 차례 방북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일관된 요구인 CVID 요구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짐작되는 상황에서 김 제1부상의 이런 문제제기가 눈길을 끈다.

우선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의 주요 협상 축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정점으로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그리고 리용호 외무상 라인이라는 점에서 공식라인이 아니라고 할 김 제1부상의 이런 언급에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대외용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김 제1부상의 CVID를 포함한 대미 메시지가 나온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다시말해 북한이 차후 어떤 제스처를 취할 지 모르지만, 현재로선 협상 축이 아닌 김 제1부상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 북미정상회담용 의제 기선잡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제1부상의 16일 담화를 요약하면, CVID 원칙의 ‘원조격’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미사일·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리하면 볼튼은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CVID를 요구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 및 항구적 평화정착 논의를 기대했던 북한으로선 WMD로 전선(戰線)이 확대되는 것이 달가울리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선 CVID라는 개념이 북한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음 직하다.

북한은 이미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있음을 밝히고 풍계리 핵실험장 우선 폐기를 계획 중이지만,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선뜻 수용하고 나면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어서다.

비핵화의 과정마다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요구하는 북한으로선 CVID를 수용하고 나면 북미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차후 이뤄질 북미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밝힌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차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협상을 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북미대화 협상 축의 공식 라인을 통해 CVID 거부 의지를 밝힐 수도 있는데도 김 제1부상이 전면에 나선 데서도 그런 의지가 읽힌다.

사실 CVID는 볼턴 보좌관이 당시 국무부 국제안보·군축 담당 차관이었던 시절 고안한 개념으로, 네오콘 핵심 인사로 대표적 대북 강경파였던 그가 만든 이 표현은 이후 대북 압박의 대표적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투명한 사찰을 핵심으로 하는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 개념에 ‘완전’을 더해 의미를 강화한 것이었다.

강석주 외무성 부상의 2002년 “핵보다 더 한 것도 있다” 발언 등으로 불거진 ‘제2차 북핵위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미국은 2003년 8월 1차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 방안으로 CVID 원칙에 따른 ‘선(先) 핵폐기 조치’를 북한에 요구했었다.

하지만 북한은 특히 ‘완전한’ 부분을 겨냥해 “승전국이 패전국에 쓰는 표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미국이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해주면 핵포기 의사가 있다는 ‘일괄타결·동시행동’ 입장으로 맞섰다.

따라서 15년의 세월이 흐르기는 했으나, 김 제1부상이 볼턴 보좌관을 겨냥해 공격한 것은 이전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아울러 볼턴 보좌관의 CVID 주장을 ‘완화’시켜야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조치가 이뤄질 공간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 역시 녹록치 않은 상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김 제1부상의 관련 발언이 나온 이후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성공적인 회담이 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지만 우리는 북한의 CVID라는 그 회담의 목적에서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 비춰볼 때 향후 북미 간에 CVID 공방은 팽팽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선 김 제1부상의 담화를 계기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하면서도 비핵화 검증은 물론 그에 상응한 동시 조치와 관련해 ‘협상 문턱’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의 주장이 완전히 관철될 지는 모르지만, CVID를 강조해온 미 행정부 역시 물러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 제1부상의 담화 내용의 문맥을 보면 볼턴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속내를 끼워넣기 식으로 드러낸 것 같다”며 “앞으로 북한이 대화 과정에서 제재해제 시기 등에 대한 요구 사항을 강도높게 전개할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CVID 개념의 핵심은 ‘조건없는 사찰’”이라며 “무조건적인 폭넓은 임의사찰을 받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북한의 CVID 거론은 의외였다”면서 “이는 핵합의 이후 핵시설 사찰 등 과정에서 녹록하게 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볼턴의 지속된 CVID 발언은 자신의 신념을 다시 강조하는 것으로 수사적 차원이 크고, 북한 반응도 볼턴이 핵폐기 등만 일방적 강조하는데 대해 경고하는 차원”이라고 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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