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찬의 에어 카페>세계축제 맞춰 떠나는 여행… 색다른 재미 ‘한아름’

축제에 맞춰서 여행을 떠나는 일은 쉽지 않다.

일정상 제약이 있는 경우도 많지만, 특정 축제를 선택해서 떠나는 여행이라면 포기해야 하는 것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축제를 찾아 1년에 한두 번 있는 휴가를 소진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음악을 좋아해서 매년 그와 관련된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떠나는 사람, 맥주와 그 분위기를 즐기러 맥주 축제로 떠나는 사람 등 다양하다. 실제로 내 지인 중에는 재즈페스티벌을 찾아 휴가를 떠나는 친구도 있다. 단 며칠 간의 축제일지라도 그 분위기를 느끼고 한국에 돌아오면 엄청난 에너지를 충전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한다. 반대로 우연한 기회로 축제기간에 여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몇 년 전 포르투갈 포르토에서의 내가 그랬다. 곳곳에 뮤직페스티벌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내가 도착한 날부터 축제가 시작됐다. 거리에는 버스킹을 하는 세계 각국의 뮤지션들이 자리를 잡았고 야외 특설무대에는 유명한 뮤지션들이 공연을 펼쳤다. 그저 버스킹만으로도 좋은 도시였는데 우연한 축제와의 만남에 더더욱 즐거운 휴가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비행으로 간 암스테르담에서 또 다른 축제와 우연히 만났다. 공항에서 비교적 가까운 큐켄호프라는 지역에서 펼쳐지는 튤립 축제가 현지 스테이를 하는 딱 그 기간에 열리고 있었다. 풍차와 튤립은 네덜란드의 상징적인 이미지인 만큼 한 번 정도는 그런 축제기간에 맞춰갈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운이 좋게도 이번에 가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날은 인생에서 가장 많은 꽃은 본 날이자, 인생 통틀어서 볼 꽃을 다 본 날이기도 하다. 축제가 열리는 장소를 제외하고도 광활한 땅 위에 꽃밭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었다. 한번 꼭 보고 싶었던 그 광경을 눈앞에서 보고 나니 다시 한 번 비행을 하는 내 직업에도 감사함을 느꼈다. 오늘날 우리는 블로그는 물론, 여러 여행커뮤니티를 통해 세계 각국의 축제를 접하고 있다. 월별로 정리된 축제에 대한 정보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거기에 맞춰 계획을 세우거나 혹은 내 계획과 가까이 있는 축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한다면 굳이 그런 이벤트를 찾지 않아도 되겠지만, 색다른 여행의 재미를 원한다면 한 번 정도는 그 특별한 기간의 즐거움을 누려 보길 권한다. 혹시 모른다. 그 한두 번의 축제에서 새로운 인생의 재미나 취미를 가지게 될지도.
대한항공 승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