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공유 相生일자리 는다>고구마로 젤리·국수·간장 개발… 中·美 이어 인도까지 수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황외분(왼쪽) 대표와 조내기고구마㈜ 사원들이 지난 16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 회사 작업장에서 삶은 고구마 말랭이를 손질하고 있다. 조내기고구마 상품은 100% 순수 국산 유기농 재배에 무첨가제, 무색소 생산 원칙을 철저히 고수한다. 황 대표는 “요즘은 고구마 말랭이가 최고 인기제품이어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호웅 기자 diverkim@

- 친환경 마을기업 ‘조내기 고구마’

100% 국산 유기농 고구마 사용
특허·의장·상표권 등 30개 보유

청소년 대상 체험학습농장 운영
지역주민·취약계층 상생고용도

지난해 매출액 4억원까지 쑥쑥
농수산公 ‘10大 K-푸드’ 선정

고구마는 조선통신사로 일본을 방문했던 조엄(1719~1777) 선생이 굶주리는 백성들의 배고픔을 달래고자 1764년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왔다. 쓰시마(對馬) 섬에서 가져와 지금의 부산 영도구 동삼동, 청학동 일대를 시배지로 해 전국으로 전파됐다. 구황식물이기도 했던 고구마는 맛이 좋고 식이섬유와 비타민C까지 풍부해 요즘은 영양간식으로 인기가 높다. 조내기고구마㈜는 이 같은 역사적 스토리텔링을 살려 친환경 웰빙 고구마 식품을 생산, 판매하는 마을기업이다. 조내기고구마는 ‘조엄이 보낸 고구마’라는 뜻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황외분 대표가 자신이 개발해 생산한 고구마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부산=김호웅 기자

16일 오후 예전 시배지 인근에서 운영 중인 조내기고구마 공장과 농장을 찾았다. 작업장에서는 황외분(여·57) 대표와 직원들이 흰색 작업복과 장화를 신고 고구마 말랭이 손질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내부에는 각종 2차 가공품의 재료인 삶아서 말린 고구마와 생고구마 절편, 분말 등을 담은 투명색 비닐포대가 잔뜩 쌓여 있었다. 대형 건조기 3대와 분쇄기 등이 가동 중인 가운데 다양한 형태의 박스 및 비닐로 상품을 포장하거나 라벨을 부착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고구마 그림의 예쁜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종업원 박영이(여·79) 씨는 작업 중인 고구마 말랭이를 주면서 “한번 먹어보라. 진짜 맛있다”고 권했다. 과연 달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박 씨는 “나이 들어 집에서 놀면 뭐하느냐”며 “여기서 일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지난 2013년 5월 마을기업을 창업해 고구마 말랭이, 삶은 고구마·생고구마 분말에서부터 고구마 캐러멜, 초콜릿, 젤리, 국수, 간장, 고추장, 된장 등 10여 가지의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들 제품은 생고구마를 가공하면 10분의 1도 안 나올 정도로 영양분의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고 소개했다. 고구마는 이곳에서 5분 거리에 있는 2만3000㎡의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것들이다. 모자라는 고구마는 경남 함양의 전속 농장에서 가져온다. 이처럼 조내기고구마 상품은 100% 순수 국산 유기농에 무첨가제, 무색소 원칙을 고수한다. 그는 “재배할 때 어떠한 비료도 주지 않고 가끔 상해서 썩은 고구마를 거름으로 일부 사용할 뿐”이라고 말했다.

5월 말이면 고구마 순을 심고 10월에서 11월까지 한 달간 수확한다. 이때를 중심으로 야외학습 체험농장을 운영해 하루 100~200여 명의 청소년과 대학생이 찾는다. 상근 직원은 6명이지만 바쁠 때는 60여 명의 비상근 직원이 밤늦게까지 일한다. 체험 학습장도 인기지만 지역주민, 취약계층 등 다양한 인력을 고용해 상생을 모색한다. 종업원 김민영(여·34) 씨는 “롯데백화점 매장일과 포장 작업 등을 하고 있는데 집 근처에 일할 곳이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매출액은 1억5000만 원이었지만 지난해 4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 미국,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는 8억~1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새로 인도와 5억 원짜리 수출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인도의 상위 1%인 상류층들이 고급 신선식품을 선호해서 수출이 이뤄졌다고 황 대표는 설명했다.

삶은 고구마 분말은 우유나 요구르트에 섞어 먹는 간식으로 일본 노인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모아 인도를 능가하는 금액의 계약 요청이 들어온 상태다. 국내에서도 부산지역 백화점 및 면세점과 코레일 용산역점, 체인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고 우체국, 쿠팡 등에서도 택배로 배달한다.

조내기고구마는 고구마를 활용한 제품의 독창성으로 2017년 대한민국 신지식인상 대상을, 올해에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2014~2016년에는 행정안전부의 전국 10대 우수마을기업, 한국농수산유통공사 선정 10대 K-푸드 업체에 선정됐다.

황 대표는 고구마 분말·젤리·캐러멜의 제조법을 포함해 30개의 특허·의장·상표권까지 보유하고 있다. 요즘도 시간만 나면 고구마 제품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냉장고 등에서 실험하고 있는 신제품을 보여주며 “고구마즙을 내 음료수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술, 식초 등의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제법 큰 기업에서도 저렴한 중국 및 인도네시아산을 내놓아 순수국산제품을 사라지게 하는 풍토는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사업이 잘돼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