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6개월 지난 뒤 ‘땅콩회항’ 징계나선 국토부

“면피성 뒷북 징계” 비판

국토교통부가 한진그룹 일가에 대한 잇따른 ‘뒷북 대응’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한진그룹의 ‘갑질’로 여론이 악화한 이후에야 감사, 법률검토, 징계에 나서는 모양새여서다. 국토부는 18일 오전 ‘땅콩회항’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징계 논의를 위한 행정처분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민간 전문가 등 위원 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이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종사 A 기장, 여모 당시 객실담당 상무 등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땅콩회항 사건은 2014년 12월 5일 조 전 부사장이 미국 뉴욕의 JFK 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준비 중이던 여객기를 탑승게이트로 되돌리도록 지시하고 박창진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것이다. 조 전 부사장 등은 운항기준 위반과 허위진술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가 사건 발생 3년 6개월, 대법원 판결 5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갑자기 땅콩회항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에 나서자 ‘면피성·뒷북징계’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투척’으로 한진그룹 일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뒤늦게 행정처분에 들어간 모습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앞서 미국 국적인 조 전 전무가 ‘외국인은 국적항공사의 등기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다’는 항공사업법에도 불구하고 2010년부터 6년이나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진에어 면허 취소가 가능한지 등에 대한 법률 검토에 착수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땅콩회항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지난해 12월 21일 나왔고, 이후 판결문 분석과 법령조사를 거치는 작업이 최근 마무리됨에 따라 행정처분 절차를 밟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