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진출 국내기업들 혼란에 貿協 ‘민간가이드라인’ 만든다

美 핵협정 탈퇴 리스크 최소화
자금회수·물량축소 움직임에
외교적 마찰우려 貿協이 나서

미국의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이후 이란 진출 국내 기업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무역협회가 중심이 돼 민간 차원에서 만든 자율 가이드 라인이 나온다.

18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 관련 기업의 대(對)이란 사업 가이드 라인을 마련 중이다. 이란과 교역을 하는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취지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할 경우 통상 산업통상자원부가 앞장서 기업들의 행동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알리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외교적 문제가 걸려 있어서 민간 차원에서 가이드 라인을 만들기로 했다”며 “산업부 산하 전략물자관리원과 긴밀히 협조해 최대한 신속하게 만들어 기업들의 혼란을 덜어줄 계획이지만, 상황이 유동적이고 애매한 부분이 적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이 JCPOA 탈퇴를 결정한 가운데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속한 유럽연합(EU)은 JCPOA를 준수하고 이란과 경제 협력을 유지한다고 지난 16일(현지시간) 밝혔다.

하지만 프랑스 토탈, 덴마크 머스크 탱커·톰, 독일 빈터셸 등 유럽지역 주요 기업들은 미국과의 관계를 위해 자발적으로 이란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A 전자회사는 미국의 JCPOA 탈퇴 전망이 높아지자 이미 지난 4월부터 이란에 대한 수출을 줄이고 자금 회수에 주력하고 있다. B 해운회사는 현재 보유 유조선을 활용,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화물량 축소에 대비하고 있다. 이란 중앙은행 명의 계좌가 개설돼 있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역시 유사시에 대비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이란 관련 세컨더리 보이콧(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방안)에 해당하지 않기 위해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이란 간 교역량은 2016년 제재 해제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 미국의 JCPOA 탈퇴 리스크로 인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