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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18일(金)
“文정부 1년 성장동력 측면서 아무것도 눈에 띄는 게 없어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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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48대 한국경제학회장에 취임한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날 “소득주도 성장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이 과연 소득주도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김경수 한국경제학회장

소득주도성장 내건 문재인정부
성장동력·고용 부문 성과 부족
지금 혁신성장 주력하지 않으면
저소득 · 중산층이 가장 큰 타격

최저임금 계속 높일 계획이면
청년층 직업훈련 등 병행하고
고용 안정성 줄이기 어렵다면
임금의 유연성을 높여 나가야

‘시한폭탄’ 비유되는 가계부채
‘이미 터진 폭탄’이라고 봐야
수출에 너무 오래 목매고 살아
장기적으로 고민해 볼 리스크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 경제는 ‘거대한 실험’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론적으로는 가능성이 있지만, 실증적으로 검증됐다고 보기 힘든 ‘소득주도 성장’을 경제 분야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국제 경제를 둘러봐도 현시점은 미국이 사상 초유의 제로(0) 금리와 양적완화(量的緩和)를 끝내고 정책 금리를 서서히 올리고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패권 국가인 미국이 정책 금리를 올리면 반드시 세계 경제 어딘가에서 ‘약한 고리’가 끊어졌다. 더욱이 이번 미국의 정책 금리 인상은 과거와 달리 제로 금리 수준에서 가파르게 올라오고 있다.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그만큼 심대할 수밖에 없다.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 2월 제48대 한국경제학회장에 취임했다. 한국경제학회는 우리나라 경제학회의 모태(母胎)다. 현재 존재하는 많은 경제학회는 한국경제학회에서 가지를 쳐서 나온 것이다. 김 교수가 그런 한국경제학회의 회장을 맡았다는 것은 그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김 교수는 1990년 일본의 자산 가격 과열과 붕괴 과정을 분석한 논문으로 아멕스 인터내셔널(AMEX International) 국제공모논문 특별상을 받았을 만큼 일찍부터 세계 경제가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과 대안을 제시해왔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계간 사상’에 ‘세계 공황은 오는가?’라는 매우 논쟁적인 글을 실어 주목받았다.

한국 경제가 거대한 실험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고, 세계 경제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9일 성균관대 교수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과거의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면 반드시 신흥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며 “한국 경제는 외환보유액과 통화스와프 등 ‘방어벽’이 튼튼하므로 특별한 문제는 없겠지만, 신흥국 경제가 무너지면 수출 등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올해 한국 경제의 최대 화두로 남북한 경제 협력이 급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세계 경제 상황을 보면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좋고, 물가도 올라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정책 금리를 예상보다 많은 4번가량 인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올해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가요.

“질문하신 내용에 대한 답변은 4월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이 가장 최신의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년 4월과 10월 전망이 나오고, 그사이 수정 전망이 나오는데, 최근 전망을 보면 1월 전망보다 올해 교역량이 0.5% 늘어 지난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 여건이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미숙련 노동자들의 명목임금도 인상되고 있기 때문인데, 그렇게 되면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최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의 자본유출 우려에 대해 과장된 것이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미 통화당국이 더 이상 신흥국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입니다. 실제로 신흥국이 그동안 외채 관리를 잘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연결 고리는 취약합니다. 자본 역류(逆流) 등이 발생하면 신흥국 경제가 더 취약해지고, 예를 들면 자동차 수출 지역 중에서 신흥국이 많은데 이런 곳의 수요가 줄어들면 한국 경제도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하면 신흥국에 미치는 여파가 매우 컸는데.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필연적으로 신흥국에 문제를 일으켰는데, 1980년대 초 중남미의 ‘잃어버린 10년’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 번도 그냥 넘어간 적은 없었습니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딘가 약한 고리가 끊어지는 일이 반드시 있었습니다.”

―최근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경제에서 나오고 있는 좋지 않은 신호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우리에게 오는 직접적인 여파보다 신흥국 경제가 무너졌을 때 파급 효과로 우리나라의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정책 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에서 자본이 유출될 우려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지만, 원화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서 매년 발행하는 ‘국채 백서’를 보면, 우리나라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이 기관투자가에서 선진국 중앙은행으로 바뀐 지 꽤 오래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원화가 국제 통화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당한 위상을 갖게 된 것으로 봐야 합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한국 경제가 당장 굉장히 위험해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국 경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중국 경제는 지난해 6.9% 성장했고, 올해 1분기는 3.8% 성장했습니다. 그런대로 괜찮다는 게 중론(衆論)이지만, 최근 중국의 한 대형 제조업체가 중국 정부가 부채 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70억 달러 규모의 긴급 구제금융을 신청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가계 부채가 문제지만, 중국은 기업과 지방 정부 부채가 큰 리스크(위험)입니다. 이런 부분이 어떤 함의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또 올해 런민(人民)은행이 지급준비율을 1% 낮췄는데, 이에 따라 중국 은행이 대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더욱 커졌습니다. 역시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어떻게 될지도 중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입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상대국입니다. 글로벌 ‘가치사슬’(기업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원재료, 노동력, 자본 등의 자원을 결합하는 과정)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분쟁이 심화할 경우 우리나라에도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본을 따라 배우자’라고 하는 분이 많습니다. 일본이 배울 만한 모델인가요.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인구학적으로 앞선 단계이고, 이미 인구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습니다. 일본에서 취업이 잘 되고 실업률이 낮아지는 것은 경기 호황의 측면도 분명 있지만, 노동시장에서 떠나는 사람들과 진입하는 사람들 숫자가 역전되면서 실업 문제가 해소되고 있는 점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베노믹스의 성과라고 판단하기에는 좀 더 두고 봐야 합니다.”

―아베노믹스는 성공한 모델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아직 실패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일본 주도의 11개국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제와 같은 다자 간 무역 협정도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지 지켜봐야 하고, 실패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우리가 따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통화의 위상 등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보고 있는데,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전망은.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 경제이고 내수에 의존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수출 여건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4월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나왔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개연성을 놓고 본다면 올해 경제 상황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한 분야는 고전하고 있고, 지난 5년간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전 세계 교역 증가율보다 낮은 현상이 추세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에도 한국 경제가 여전히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리스크입니다.”

―올해 경제의 최대 화두는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론이 난다면, 남북 경제 협력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남북 경협에 국제사회의 제재라든가 걸림돌이 많습니다. 잘 될 것으로 보십니까.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과 비관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공존합니다. 그러나 경협에 대한 기대감 자체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투자 심리 등의 측면에서는 실제 경협 추진과 관계없이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경협의 성패 여부를 당장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른 시일 내에 현실화되지는 않더라도 이 같은 심리 개선 효과는 있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지나친 낙관론으로 우리 경제의 문제를 덮지는 말아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이 지났습니다. 경제 정책 측면에서 잘한 부분과 못 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성장과 위험 관리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경제 정책을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고용도 추가해야겠죠. 문재인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끊임없이 늘어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중대한 위험 요인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큰 다행입니다. 성장 자체는 올해도 괜찮겠지만, 성장 동력의 측면에서는 아직도 정부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양질의 일자리는 민간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고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자리 정책은 정부가 당면한, 굉장한 도전 과제입니다. 특히 일자리 문제가 얽혀 있어서 우리 경제에 시급한 구조조정을 단순히 경제 논리로만 할 수 없는 점이 딜레마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고용정책 효과를 당장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김동연 부총리를 주축으로 한 경제팀에 학점을 매겨 보신다면.

“위험 관리나 한국지엠·대우조선해양·금호타이어 등 구조조정 이슈에 대해서는 잘했다고 봅니다. 그 전과는 확실히 차별화가 된 듯합니다. 그러나 성장동력 확충이라는 측면에서는 너무 실적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눈에 띄는 게 없어 다소 걱정되기도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시는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수요 측면에서는 소득주도 성장, 공급 측면에서는 혁신 성장입니다. 문제는 소득주도 성장이 주로 취약 근로자 계층에 집중돼 있고, 이들을 고용하는 고용주 역시 마찬가지로 취약층이라는 사실입니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예컨대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자칫 연결 고리가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주를 어렵게 만들어 애초 기대했던 취약 근로자 계층의 소득 증대, 소비 확산, 나아가 성장 촉진으로 연결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현시점에서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성공했다, 또는 실패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최근 통계청 ‘고용 동향’을 보면 올해 1∼3월 저숙련 근로자로 추정되는 10대 연령층, 음식·숙박업종, 판매 직종, 인구밀집지역 등 최저임금과 관련된 분야의 일자리 통계가 좋지 않게 나왔습니다. 최저임금이 이들 분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증거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소득주도 성장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이야기지만, 현실이 과연 소득주도 성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가계 실질소득이 9분기 만에 증가했는데.

“올해 2월 통계청이 내놓은 ‘2017년 4분기 가계소득동향’을 보면, 가계 실질소득이 9분기 만에 1.6% 증가세로 전환했습니다. 최저임금 덕분에 고용이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소득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소득분배지표(5분위 배율)도 개선됐다는 소식을 접하긴 했습니다만, 구체적인 평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본 뒤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향후 경제 정책에서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역시 혁신 성장입니다. 시장 경제가 문제가 많지만, 지금까지 유지돼 올 수 있었던 것은 혁신 때문입니다. 혁신이 사라진다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한국 경제 역시 더욱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올해 1월 1일부터 최저임금 인상분이 적용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임기 내에 1만 원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내년 최저임금도 올해처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보십니까.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아지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효과가 큽니다. 학술적으로는 이렇게 보는 게 중론입니다. 최저임금을 소폭 올리는 것은 별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폭이 클 때, 파급 효과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 학계의 인식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맥도날드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건강에 대한 높아진 인식으로 내리막길에 들어선 맥도날드는 고용 인력의 최저임금은 맞춰 주되, 주문을 자동화하는 등 사람을 쓸 일 자체를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분명히 관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새롭게 등장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력 활용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만약 최저임금을 계속해서 높여나갈 계획이라면 젊은이들의 직업 훈련프로그램 등을 잘 정비해서 병행해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훈련을 동시에 해야지, 훈련 없이 최저임금만 올려서는 안 됩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성과가 부족하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노동 개혁과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미국처럼 고용이 유연한 유형이고, 또 하나는 독일이나 일본처럼 고용은 안정적이나 임금이 유연한 것입니다. 둘 중 하나로 가야 합니다. 임금과 해고, 두 가지를 동시에 경직적으로 운용할 수는 없습니다. 일종의 ‘트레이드 오프’(trade off·어느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하여야 하는 경제 관계) 문제입니다. 고용의 안정성을 높이려면 임금을 유연하게, 임금 수준이 안정적이려면 고용을 유연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고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사실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고용의 안정성을 줄이기 어렵다면 임금을 유연하게 변동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이 정책 금리를 높이는 것이 기정사실이 되고 있는데, 한국은행도 기준 금리를 비슷한 속도로 맞춰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는 분명히 더 이상 신흥국 지위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제는 금융도 선진국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통화 정책이 미국의 통화 정책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지난 수년간 전문가들의 중론도 ‘누구도 미국 중앙은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는 미국의 추세를 좇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예전보다는 기울기가 다소 완만해지는 것 같습니다. 대출 규제 같은 부분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을까요.

“전적으로 부동산 경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관련 정책은 대표적인 ‘역풍(逆風) 시장 개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 규제를 강화하고 불황에서는 완화적으로 갑니다. 다만, 우리의 문제는 가계 부채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IMF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 부채가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부채 문제로 경제가 오랜 기간 조정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입니다. 대만 출신으로 노무라 총합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는 리처드 쿠(Richard C Koo)는 일본이 부채에 따른 디플레이션(장기적인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조정을 1990년부터 2005∼2006년 정도까지 받았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우리나라 가계 부문의 부채가 일본의 당시와 비슷하게 부풀려져 있으므로 이를 조정하는 데도 아마 비슷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봅니다. 이 때문에 내수도 단기간에 살아나기는 어렵습니다. 가계 부채를 시한폭탄에 비유하지만, ‘이미 터진 폭탄’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가계 부채 중에서 금융회사가 소구권(遡求權·부채의 상환을 청구할 권리)을 가지는 주택담보대출은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안전 자산입니다. 그러나 가계 부채 급증은 소비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현재 한국 경제는 민간 소비가 줄자 정부 소비를 늘려서 버티고 있습니다. 2002년을 정점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계+비영리단체) 지출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GDP에서 민간 소비 비중이 50% 밑으로 떨어진 게 3년 전입니다. 같은 기간 일본은 민간 소비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 60% 정도 됐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나라 가계 부채 문제를 너무 빨리 해결하겠다고 덤벼드는 것은 안 될 말이고, 소득이 많은 계층의 부채가 많다고 안심해서도 안 됩니다. 고통스럽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민간 소비 위축이 장기화한다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가 다소 위험한 것 아닌가요.

“인도 중앙은행 총재와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라구람 라잔(Raghuram Rajan)이 집필한 ‘폴트 라인스(Fault Lines: How Hidden Fractures Still Threaten the World Economy)’라는 책을 보면, 중국에 대해 독일이나 일본, 한국처럼 극단적인 수출 주도로 가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 국가 경제가 좌우되는 등 너무 위험하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보면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에서 바뀐 게 하나도 없습니다. 수출이 부진하면 한국 경제는 어려워집니다. 지난해 3.1% 성장도 뜯어보면, 수출과 기업 투자가 주로 견인했습니다. 소비는 여전히 좋지 않고, 수출 증가가 압도적입니다. 경제 규모에 비춰 너무 오랫동안 수출에 목을 매고 살아왔습니다. 혹자는 한국 경제를 ‘천수답 경제’라고 비판합니다.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은 성장 과정에서 제조업의 생산 비중이 하락하는 시점에 서비스업의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는 정형화된 패턴(유형)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선진국의 산업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 조해동차장(경제산업부) haedong@
e-mail 조해동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조해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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