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휘관들 엇갈리는 경기진단… 대응책도 ‘엇박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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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두 “경기침체 초기”주장에
김동연 “통계 판단 성급” 반박

장하성 “최저임금과 고용 무관”
김동연 “영향 줬다” 의견 충돌

文정부 경제팀끼리 不通드러나
시장 혼란·국민 불안 ‘부채질’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하는 ‘J노믹스’의 사각 편대로 부를 수 있는 인사들이 최근 경제 상황과 최저임금 인상 영향 등 주요 정책에 관해 제각각의 목소리와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을 내놓으면서, 시장 혼란과 불안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확대, 신흥국 외환시장 위기와 함께 최악의 고용 쇼크가 이어지는 등 대내외 경제 환경에 ‘빨간불’이 들어왔는데도, 마치 내부 설전만 벌이는 듯한 풍경에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아 보인다.

김 부총리는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계 원로로서 의미 있는 말씀을 주셨지만, 3·4월 월별 통계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의 “경기가 침체 초기에 있다”는 경기 비관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부의장은 김 부총리의 발언이 알려지자 “현재 눈에 보이는 통계적 현상은 구조적 현상의 결과로, 이런 구조가 지속하는 한 통계적 현상이 개선되기 어렵고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맞받아쳤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경제정책자문기구이고, 김 부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부터 거시경제 밑그림을 그려온 핵심 참모 중 한 명이다. 경제부처 수장인 김 부총리와 김 부의장의 경제 진단이 충돌한 것은 현 정부 경제팀 내부 소통조차 원활하지 않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이 총재도 이날 한 행사에서 “대내외 여건이 만만치 않아 경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국내 고용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김 부총리의 경제 상황 인식에 이견을 표출한 것이다.

이 같은 시각차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놓고 장 정책실장과 김 부총리 간 갈등 국면을 낳기도 했다. 장 정책실장은 지난 15일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논란에 대해 “여러 분석 결과, 제조업 분야 등에서 고용 감소 효과가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 결론”이라고 했다. 반면, 김 부총리는 국회에 출석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는 “2∼3월 고용부진은 산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가 견해를 바꾼 것이다.

이들의 잇따른 ‘의견 균열’은 정부 내에서도 현 경제정책에 대해 의문과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위 경제정책 결정권자들이 경제 상황을 제각각 판단하는 것은 정부 내 컨트롤타워가 무너졌다는 방증이고, 내부 조율이 안 되는 문제가 외부로 표출된 것”이라며 “현재 경기 위축이라는 현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내놓을 경제정책도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