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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민 부국장 겸 정치부장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21일(月)
우려되는 靑의 ‘3권 분립’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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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부국장 겸 정치부장

조국 수석 대통령개헌안 발표
국회의원 해외출장 조사 이은
청원 법원 통보는 오만과 독선

왜곡된 선거제도·정치구조로
직접민주주의 수혈 필요해도
본말 전도되면 정권위기 맞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임기를 마칠 때쯤이면 ‘사는 게 나아졌어’라는 말을 꼭 듣고 싶다”는 소회의 글을 SNS에 올렸다. 균형감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우려가 없지 않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 1년간 국민의 좌절감을 달래고 한반도 위기 지수를 낮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70%대를 유지하는 국정지지율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낙인처럼 남아 있는 몇 가지 장면은 남은 임기 동안 맞게 될 위기의 예고편처럼 보인다.

#1. 청와대는 지난 4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외유성 출장 논란이 확산되자 19·20대 국회의원 해외출장 지원 사례를 조사해 발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무작위로 16곳을 뽑아 자료를 봤는데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 간 경우가 모두 167차례였고 이 가운데 민주당 의원 65차례, 자유한국당이 94차례였다”며 “전체를 다 들여다보면 그 숫자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고 이런 결과를 볼 때 김 원장이…일반적 국회의원의 평균 도덕적 감각을 밑도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가는 것은 청산해야 할 적폐다. 그렇더라도 청와대가 국회의원의 해외출장을 사찰하듯 조사하고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도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국회의원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청와대 대변인이 국민의 대표를 싸잡아 훈계하는 모습은 민망한 장면이다. 더구나 해당 국회의원들이 막강한 ‘금융 검찰’의 수장에 기용됐던 것도 아니다.

#2.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3월 20일부터 3일간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했다. 국무총리나 법무부 장관이 발표해야 할 개헌안을 대통령 비서가 발표한 건 위헌이라는 지적에 대해 조 수석은 “개헌안은 총리도, 어느 누구도 아닌 ‘대통령의 개헌안’이며 개헌안을 발의한 것이 아니라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헌법은 개헌안 발의의 주체를 국회와 대통령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동시에 대통령 개헌안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헌법 제89조)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이 정부를 대표해서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조 수석은 “그 문제(개헌안)를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이 같이 논의해왔고 조문화 작업은 민정수석실 안 법무비서관실에서 해왔다”고 밝힘으로써 ‘정부’가 개헌안 발의에서 배제돼 있음을 시인했다. 그리고 나흘 뒤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개헌안은 제안 설명부터 의결까지 불과 40분 만에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3. 청와대는 지난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장을 파면하라는 국민청원과 그에 대한 답변을 대법원에 전달했다.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은 2월 5일 접수된 해당 청원 참여 인원이 20만 명을 넘어서자 20일 답변을 했고, 이틀 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이 일자 정 비서관은 “전화로 알려드린 게 전부로 어찌하라는 내용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 비서관은 20일 답변에서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청원을 통해 드러난 국민의 뜻은 결코 가볍지 않다. 모든 국가권력 기관이 그 뜻을 더욱 경청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진보법관들의 모임으로 불리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초대 회장이자 비(非)대법관 출신으로서는 56년 만에 대법원장에 올랐다. ‘혁명적 코드인사’로 임명된 김 대법원장이 적폐청산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청원 통보’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는 불문가지다.

이들 세 장면은 청와대가 대의민주주의와 그 핵심 운영 원리인 입법·행정·사법의 3권 분립 정신을 체화하지 못했거나 근본적인 회의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왜곡된 선거제도나 정치구조를 감안하면 ‘직접민주주의’의 수혈은 필요하다. 그러나 본말이 전도돼선 안 된다. 아무리 훌륭한 리더도 권력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아무리 성숙한 국민도 항상 합리적 판단에 따라 행동하지는 않는다. 1인 체제나 인민민주주의 체제가 결국 독재나 전체주의로 귀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국내외 수많은 정권의 불행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바로 지금 권력 내부에서 자라고 있는 오만과 독선의 싹을 잘라내고 포퓰리즘의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e-mail 박민 기자 / 정치부 / 부국장직대겸 정치부장 박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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