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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21일(月)
警 ‘수사권’ 스스로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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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사회부장

13번째 특검이 시작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첫 특검이다. 드루킹(49·김동원 씨)의 댓글 조작 사건 역시 특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궤도를 밟아왔다. 역대 특검을 보면, 사건 은폐·축소가 제1의 원인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권력 개입 의혹은 동전의 양면이다. 수사 당국은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고, 이런 생리를 모르지 않는 권력은 치밀하게 상황을 관리하면서 방향을 유도하는 식이다. 숨어 있던 권력층 인사가 하나둘씩 등장하는 양태도 비슷하다.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연루 의혹에 이어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무대에 등장했다. 대선 전 송 비서관이 드루킹을 4번이나 만났다는 게 민정수석실의 조사 결과다. 청와대는 “부적절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사를 마쳤다지만, 송 비서관의 역할에 대한 의혹이나 자리의 성격을 볼 때 예고된 파장은 이만저만한 수준을 넘어선다.

상황이 이런데도 21일 현재까지 경찰 수사 결과만 놓고 보면 역대 특검 대상 중 최악이다. 지난 3월 21일 느릅나무 출판사 압수수색으로 본격 수사 국면에 돌입한 지 2개월이 되는 현재까지 제대로 밝혀낸 바는 거의 없다. 범죄 혐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처리 방향을 놓고 좌고우면했다. 수사의 ABC가 무시되는 정도를 넘어 노골적이다 싶을 만큼 눈치 보기로 일관했다. 수사 기간 내내 경찰은 말 이외에 수사 의지를 드러낸 적도 없고, 스스로 수사를 망치면서 남 탓만 일삼았다. 오죽했으면 검찰이 혀를 찰 정도로 엉터리 수사였다. 드루킹 일당의 핵심 멤버 7∼8명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주소와 차량번호 등 대상물을 잘못 기재했다. 그러잖아도 진행 중이던 드루킹 측의 증거인멸을 더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경찰이 검찰의 보완지휘를 받고도 서둘러 영장을 보완한 뒤 재청구하는 과정을 제때 밟지 않은 점은 더 수상하다. 몇 안 되는 경찰의 핵심 증거물 확보는 우발적이었다. 경찰로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불운’이라 여기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이 사이 핵심 증거물인 킹크랩 서버는 복구 불가능한 지경이 됐다.

만약 경찰이 정권 눈치를 안 보고, 뒤늦게라도 의지를 갖고 ABC에 기반해 정상적으로 수사를 벌였다고 가정해보자. 드루킹과 김 전 의원, 핵심 측근들의 통화 내역 및 비밀대화방 메시지를 통한 댓글 조작 지시·보고 여부, 인사청탁과 실제 청와대 인사 발표에 즈음해 오간 통화 횟수 및 메시지 내용, 댓글조작 대상 기사들의 리스트와 댓글 내용의 방향, 네이버 뉴스 코너 ‘메인 확보’ 여부를 포함한 활동 성과가 기록된 문서파일 등 다수의 스모킹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들 증거자료의 분석을 통해 아직까지 헤매고 있는 커넥션 수사 방향이 상당 정도 바로잡혔음이 분명하다. 불필요한 의혹 논쟁도 벌어지지 않았을 게다. 현재의 정국 혼란에 경찰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특검이 본격 활동하기까지 길어야 한 달이 채 안 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이를 부인한다면, 경찰은 어느 사건도 제대로 처리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밖에 안 된다. 마지막 기회를 놓친다면 경찰은 최소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에는 수사권 독립을 말할 자격도, 염치도 없다.

jupit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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