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식·의약 안전’>‘K - 헬스’ 세계시장 선도 잠재력… “개발부터 허가까지 맞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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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29일은 ‘의료기기의 날’

AI 헬스케어 세계시장 급성장
2020년 7억5000만 달러 규모

한국도 ‘AI 의료기기’ 첫 허가
엑스레이 性·나이별로 분석해
性조숙증·低성장 등 진단하게

식약처 ‘차세대 100 프로젝트’
의료기기 해마다 20여개 지원
신속 개발 도와줄 특별법 추진

인공지능(AI)이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해 환자의 뼈 나이를 순식간에 제시한다. 그동안 의사가 직접 환자의 엑스레이 영상을 참조표준영상(GP)과 비교해 판독해야 해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진료 과정이 AI의 등장으로 크게 단축됐다.

이는 지난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국내 의료기기 ‘뷰노메드 본에이지(VUNOmed-BoneAge)’로 인해 가능해졌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의료기기의 발전도 AI와 빅데이터를 접목해 진화하고 있다.

AI 헬스케어 세계시장 규모는 연평균 60.3% 성장하고 있다. 2015년 7000만 달러에서 2020년 7억5000만 달러로 예상될 만큼 블루오션 영역이다. 우리나라는 대규모 자본과 글로벌 연구인력을 바탕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는 해외 업계에 비하면 아직 후발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국내의 우수한 보건의료 인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세계시장을 충분히 선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29일은 의료기기법 제정·공포일(2003년 5월 29일)을 기념해 2008년부터 진행돼온 ‘의료기기의 날’이다.

올해 주제는 미래의 꿈이라는 AI의 특성을 반영해 ‘Future Dream, K-Digital Health’로 정해졌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23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첨단의료기기 개발 초기부터 허가에 이르는 전 과정을 맞춤 지원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모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료기기는 첨단 진화 중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첨단의료기기는 미래 혁신성장을 견인할 분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미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기술이 접목된 신개념 의료기기의 개발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2020년까지 연평균 6.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실제 현실에서의 발전속도는 더 빠르다.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의료기기 시장규모는 연평균 19.8%, 3D 프린팅 시장규모는 연평균 31.5%씩 급증하는 추세다. 혈액, 조직 등 체외에서 질병을 조기 진단하는 체외진단기기 산업 역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하나둘 첨단의료기기가 등장하고 있다.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AI 기반 의료기기의 첫 허가 사례다. AI가 촬영된 엑스레이 영상의 패턴을 인식해 성별(남자 31개·여자 27개)로 분류된 뼈 나이 모델 참조표준 영상에서 성별·나이별 패턴을 찾아 비슷한 점을 확률로 표시하면 의사가 각종 정보를 종합해 성조숙증이나 저성장을 진단한다. 정부가 지난해 3월부터 운영한 ‘빅데이터 및 AI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으로 선정돼 임상시험 설계에서 허가까지 맞춤으로 지원받았다. AI 기반 의료기기 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는 이번에 허가받은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포함해 현재까지 4건이다. AI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경색 유형을 분류하는 소프트웨어가 있으며, 딥러닝 기법을 사용하는 컴퓨터가 엑스레이 영상을 통해 폐결절 진단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2건)도 연구 중에 있다.

◇정부의 개발 지원 본격화 = 식약처는 AI, 가상현실(VR), 3D 프린팅 등 4차 산업과 관련된 의료기기의 신속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제품 연구·개발부터 임상시험, 허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맞춤 지원하는 ‘차세대 100 프로젝트’ ‘신개발 의료기기 허가 도우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차세대 의료기기 100 프로젝트는 유망 의료기기를 2020년까지 해마다 20여 개씩 선정해 단계별로 맞춤 지원하는 사업이다. 신개발 의료기기 허가 도우미는 지원 대상 제품의 임상시험 설계·수행부터 허가에 이르는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해 제품화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해주는 제도다.

아울러 정부는 나날이 발전하는 첨단의료기기 분야의 환경적 특성에 맞춰 새로운 관리체계도 추진 중이다. 현행법과 제도로는 첨단의료기기와 체외진단의료기기의 개발 속도 및 특성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첨단의료기기 개발 촉진 및 기술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AI, 3D 프린팅 등 신기술 적용 첨단의료기기는 신속하게 허가하고, 기술적 특성에 맞게 관리하고 지원할 예정이다. 첨단의료기기 지정 시 다른 의료기기보다 우선해 신속하게 심사하고, 개발 단계부터 수시 심사를 진행해 제품 개발이 완료되는 즉시 허가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의료용 소프트웨어 등 제품의 기술적 특성을 고려해 임상 시험을 진행하도록 지원한다.

‘체외진단의료기기법’도 제정해 일반 의료기기와는 다른 등급분류·허가·임상적 성능시험·표시 및 광고기준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체외진단의료기기는 의료기기로 인체 접촉 없이 외부에서 진단할 수 있는 의료기기다. 혈액이나 침, 소변 등을 분석해 각종 진단과 정보를 받을 수 있어 미래 정밀의료에 필수적인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은 체외진단용 시약·장비·소프트웨어 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허가하도록 하고, 인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는 체외진단의료기기 임상적 성능시험은 별도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마련되고 있다. 현재 의료기기 관련 법안은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있으며, 올해 말 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