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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23일(水)
‘희망의 불빛’ 제19차 세계등대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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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1950년 9월 15일 늦은 밤, 적막하던 인천 앞바다에 팔미도 등대가 불빛을 비추자 260여 척의 함정과 7만5000병력의 연합군이 일제히 인천상륙작전을 개시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펼쳐진다. 팔미도 등대의 등명기가 보내는 불빛은 성공 가능성이 ‘5000분의 1’에 불과한, 불가능에 가까웠던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기적의 등불과도 같았다. 그리고 이 불빛은 전쟁으로 좌절하고 있던 우리 국민에게 또 다른 희망의 빛이기도 했다.

등대와 같이 선박의 위치와 주변의 위험을 알려주는 시설을 ‘항로표지’라고 한다. 항로표지의 시작은 기원전 280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세워졌던 인류 최초의 등대인 ‘파로스(Pharos) 등대’이다. 파로스 등대의 높이는 대략 120∼140m로 추정되는데, 알렉산드리아의 랜드마크로서 선박의 안전 항해를 보장함으로써 이 도시의 해상교역과 번영을 뒷받침했다.

이처럼 항로표지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선박의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등대, 부표에서 더 나아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보정해주는 위성항법조정 시스템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운항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실시간 제공해주는 ‘이내비게이션(e-Navigation)’ 시스템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항로표지는 바다를 항해하는 모든 선박이 이용해야 하는 만큼 전 세계 국가들이 일관되게 따를 수 있는 국제표준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1957년 국제항로표지협회(IALA)가 설립됐다. 우리나라는 1962년에 가입한 이후, 2006년에 이사국, 2014년 부의장국으로 선임되면서 주도적으로 활동해 왔으며, 항로표지의 최대 국제행사인 ‘제19차 세계등대총회’를 오는 5월 27일부터 1주일간 인천 송도에서 개최한다.

4년마다 개최돼 ‘등대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이번 콘퍼런스에는 전 세계 전문가 500여 명이 참가해 항로표지 관련 국제표준을 결정하는 이사국을 선출하고, 최신 기술과 관련 정보를 교류할 예정이다. 일반 국민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세계등대유물전시회’와 ‘등대 토크콘서트’ 등도 개최되므로 등대와 항로표지에 문외한이라도 전 세계 해양문화와 역사를 한껏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인천선언’을 통해 세계 문화유산인 등대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보존할 것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는 등대가 역사적으로 해양 개척과 문명 교류의 집합체로서 당대 최고의 건축·예술·과학기술 등이 축적된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번 세계등대총회를 계기로 한국은 오는 2022년까지 4년간 협회 의장국을 맡게 된다. 의장국으로서 대한민국은 항로표지의 국제표준 제정 논의를 주도함으로써 국제적 위상을 한층 강화하게 될 것이다. 총회에서 채택된 기술표준은 전 세계 연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이내비게이션’의 한국형 시스템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내비게이션’ 관련 시장 규모가 향후 10년간 약 3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이 시스템이 채택된다면 우리에게 새로운 블루오션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나흘 뒤면, 115년 전 처음으로 팔미도 등대가 불을 밝혔던 아름다운 해양도시 인천에서 세계등대총회가 열린다. 과거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가 지중해를 비추는 찬란한 불빛을 통해 국제교역과 문명의 발달을 이끌었던 것처럼, 이번 총회가 대한민국의 미래와 해양 강국의 비전을 환하게 밝히는 ‘희망의 불빛’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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