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MSG 없는 ‘진짜 한류’의 힘

한국시간으로는 21일 오전, 미국시간으로는 20일 오후 미국 전역을 들끓게 만든 두 행사가 있었습니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는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가 진행됐고,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에서는 ‘2017-2018 NBA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휴스턴 로케츠의 3차전이 열렸죠.

BBMA에 2년 연속 초청받은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은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2연패하며 글로벌 스타로서의 위상을 뽐냈습니다. 그들은 아시아 가수로는 최초로 BBMA에서 신곡 ‘페이크 러브(FAKE LOVE)’를 소개할 기회까지 얻었죠. 그리고 이 시간 오라클 아레나에서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응원가로 흘러나왔습니다.

두 장면을 보며 ‘진짜 한류(韓流)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번 BBMA에 초청받은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모델 타이라 뱅크스는 방탄소년단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자랑했죠. 이에 앞서 미국의 원조 아이돌 그룹이라 할 수 있는 백스트리트 보이즈는 20일 그들의 공식 SNS에 “우리는 방탄소년단의 엄청난 팬”이라며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약자인 ‘BSB’와 방탄소년단의 영문 그룹명인 ‘BTS’를 합쳐 ‘BTSB’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친분을 과시했죠.

다시 오라클 아레나로 눈을 돌리면,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이 싸이가 추던 ‘말춤’ 포즈를 취했습니다. 2012년 발표된 이 노래와 안무를 아직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였죠. ‘반짝 인기’가 아니었던 겁니다.

굳이 ‘진짜 한류’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대중문화 담당 기자로서 자기반성이기도 합니다. 국내 팬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해외 현장을 전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이 섞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한국 영화의 시사회가 끝난 후에는 ‘기립 박수가 5분간 이어졌다’는 보도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는 특정 영화에 대한 찬사라기보다는, 이 영화제에 초청받은 모든 영화 시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상이자 예우죠. 마찬가지로 싸이와 방탄소년단 이전에 미주, 유럽 공연을 연 국내 가수들의 공연이 현지인보다는 교포들로 채워진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서양 여성들은 동양 남성에게 그리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괜한 자괴감을 느낀 적도 있는데, 방탄소년단이 ‘그건 편견이다’라고 속 시원하게 외친 셈이죠. 라스베이거스와 오클랜드에 울려 퍼진 한국 노래를 듣고 있노라니, 그들을 ‘국가대표’라고 부르고 싶어집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