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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회평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23일(水)
‘문재인 경제’ 현실로 着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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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뜨거운 감자 내년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인상률 두고 대결
실지급액으론 이미 1만원 달성

경제정책에서 피해야 할 것은
권력자 독단이나 얼치기 학설
소득주도 성장 이제 내려놔야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전선(戰線)은 여럿이고, 때론 겹쳐 있다. ‘문재인 경제’의 분수령이기도 하다.

먼저 국회. 21일 환경노동위원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논의하는 시간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국회 안으로 난입했다. 물론, 산입범위 확대 저지가 목적이다. 여야는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것에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 숙식비 등 복리후생비 추가엔 이견이 있다. 국내 최저임금은 실제 지급 비용 중 기본급과 일부 수당만 잡힌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올라 7530원이 됐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9036원이 된다. 여기에 다시 상여금만 추가해도 최소 1000∼2000원은 더 올라간다. 어수봉 전 최저임금위원장이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효과는 이미 달성됐다”고 한 까닭이다.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2020년까지 매년 15∼16% 올려야 달성되는 문 정부의 최저임금 1만 원 스케줄은 기준점부터 모호해진다.

다음은 최저임금위원회. 6월 28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한다. 최근 27명 위원 중 26명이 교체됐는데,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 9명은 진보, 곧 친노(親勞) 성향이 대다수다. 양 노총이 산입범위 논의 무대를 국회에서 최저임금위로 옮기라고 요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용자단체 한국경영자총협회까지 이런 주장에 동조하고 나선 것은 놀랍다. 경총 부회장에 고용노동부 출신 관료를 포진시킨 후과다. 최저임금위는 산입범위 조정과 상관없이 고율 인상을 선택할 개연성이 짙어 보인다.

현장의 갈등은 진작 시작됐다. 올 들어 알바시장은 ‘주 14시간’짜리가 부쩍 늘었다. 주휴수당 요건 15시간을 안 넘기려는 업주의 안간힘이다. 지난 3, 4월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1년 전보다 0.8∼0.9시간 줄었다. 근무시간 단축의 다음 단계는 해고나 폐점이다. 최저임금 영향을 직접 받는 도소매·음식숙박업의 취업자 수는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 정책은 저임 근로자와 영세 소상공인 간 ‘을의 전쟁’을 조장해왔다.

문 정부 내부에서도 균열 조짐이 보인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었다”고 단언한 다음 날 김동연 경제 부총리는 “경험이나 직관으로 봐서는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험·직관은 곧 현실적·상식적으로 바꿔 읽어도 될 것이다. 이후 홍장표 경제수석, 반장식 일자리수석이 차례로 나서 장 실장 입장을 옹호했다. 고용지표는 쇼크 수준인데, ‘인구구조 탓이다’라고 한 대목에선 아연해진다. 그러니 청와대가 누구나 아는 현실엔 눈감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지적을 듣는 것이다.

청와대 경제정책 라인이 ‘최저임금’에 예민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이 부르짖던 소득주도 성장론의 핵심 축이어서다. 최저임금 인상이란 큰 틀이 무너지면 소득주도 성장론도 설 땅이 없어진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론은 진보 성향 경제학자들로부터도 ‘말 앞에 마차를 둘 수 없다’는 비판에 직면한 터다. 소득 증가는 성장의 결과이지, 성장의 원천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부(富)를 이리저리 옮긴다고 전체 소득이 늘어날 수 없다는 주류학자들의 지적도 신랄하다.

미국경제가 세계 최강이 된 과정을 분석한 ‘현실의 경제학’에는 이 시점에서 문 정부가 참고할 만한 메시지가 들어있다. 스티븐 코언 등 저자는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나라의 경제정책의 특징을 ‘권력자의 아우성이나 얼치기 저술가의 학설을 따르는 대신, 현실을 바탕으로 생산성 증가에 매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문제에 집중했다’고 했다. 미국 경제정책도 ‘이념적이지 않고 실용적이었으며,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었다’고 정리했다. 요컨대 어떤 경우에도 시선만은 구체적인 현실에 맞춰져 있었다.

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세계 어디에서도 성공 선례가 없는 이단 정책으로 1년을 보냈다. 뚜렷이 잡히는 성과는 없고, 오히려 부작용만 속출하자 혈세를 동원해 틀어막기에 여념이 없다. 문 정부가 수혜그룹, 혹은 배려 대상으로 꼽은 계층에선 환호 대신 비명만 터져 나온다. 시행착오를 거쳤으면 허공에서 내려와 현실에 착지(着地)할 때도 되었다. 그 시작점은 내년도 최저임금이다. 공허한 이념에서 시작된 악순환 고리를 끊지 않으면 그 후유증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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