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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23일(水)
스타 셀러와 독자 문예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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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 부장

한국 아티스트로선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퍼포먼스를 펼친 방탄소년단은 요즘 서점가에서도 위력적인 주인공이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전 세계 처음으로 무대를 공개한 ‘페이크 러브’와 이 곡이 수록된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轉)-Tear’가 제임스 도티 스탠퍼드대 교수의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책 판매가 뛰어올랐다. ‘마술가게’는 불우한 소년이 동네 마술가게에서 만난 루스 할머니에게 ‘삶을 바꾸는 마술’을 배워 자신의 삶을 바꿔 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책은 2016년에 나와 7000부가량 팔리다 지난해 12월 말 스포일러 티저가 공개된 후 1만3000부 이상 팔려 나갔다. 방탄소년단의 책 시장에서의 힘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됐다. 2016년 앨범 ‘윙스’가 ‘데미안’에서 콘셉트를 가져오면서 이 오랜 고전의 판매고를 놀라울 정도로 올려놓았다. 출판사는 그 뒤 ‘방탄 효과’로 인한 데미안 판매를 40만 권 정도로 봤다. 지난해에는 이들의 ‘봄날’ 비디오가 어설라 르 귄의 단편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 알려지면서 이 역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들뿐 아니다. 얼마 전에는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을 읽는다고 밝힌 뒤 한 주 동안 무려 7만 부가 팔렸다. 아이린이 이 소설을 읽었다고 말한 뒤 페미니스트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이에 항의해 독자들이 공동구매나 여러 권을 구입해 벌어진 일이다. 구체적인 양상은 다르지만 요즘 책 시장에서 대중스타가 가장 중요한 ‘셀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 예는 수두룩하다.

그래서 출판사들은 소속사에 책을 보내고 스타가 읽어주고, 읽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길 기다린다고 한다. 독서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갈수록 책이 안 팔리니 여러 방법 중 하나로 스타 마케팅에도 손을 내미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스타 마케팅에 기댈수록 책 시장은 더욱 왜곡돼 오히려 책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요즘 좀 팔리는 책은 대중스타를 포함해 유명인이 추천한, 소위 ‘흔들어준’ 책이다. 하지만 이는 유명인의 영향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책을 선택하려는 독자들을 위한 제대로 된 책 추천 통로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 종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책 정보는 쏟아지지만, 책 소개의 주요 매개였던 기존 미디어의 대중적 접점은 줄어들고, 서점들은 메인 페이지에 주로 광고하는 책을 올리면서 제 발등을 찍었다. 독자로선 믿을 책 추천 통로가 없으니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이나 유명인이 추천하면 그 책을 집게 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소설가 장강명이 제안한 독자 문예 운동에 눈길이 간다. 그는 신간 ‘당선, 합격, 계급’에서 독자들은 이제 누가 추천하지 않으면 도저히 소설(책)을 고르기 힘들어졌다며 “독자들이 읽은 책을 서로 추천하고 이를 집적해 독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독자들의 문예 운동을 일으키자”고 제안했다. 스타 마케팅보다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하다. 게다가 올해는 정부가 정한 ‘책의 해’이다. 위기의 한국 독서를 구하기 위해 마련된 ‘책의 해’라면 이런 시스템 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c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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