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말 안들으면 졸업못해”… 또 터져나온 ‘音大미투’

경희大교수, 제자 性추행 의혹
회식자리서 잇단 성희롱 발언

“같이 자자” 요구뒤 거부하면
“음악계서 불이익줄 것” 협박
“동료 교수도 性추행” 폭로도

해당 교수 “전혀 사실 무근”

경희대 A 교수가 대학원생 등을 상대로 ‘같이 자자’는 성희롱 발언과 성추행을 했다는 ‘미투(Me Too)’ 폭로가 나왔다. 성추행을 거부하는 피해자들에게는 자신의 졸업심사 권한을 언급하며 ‘졸업을 안 시켜주겠다’고 협박도 했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23일 대학 측과 피해 학생들에 따르면, A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한 학생은 대학원 재학 때 지도교수인 A 교수를 비롯한 동료 대학원생들과 함께 논문지도 모임과 회식을 했다. 이 학생은 논문지도 이후 이어진 회식자리에서 성희롱 발언과 성추행이 있었다고 밝혔다. 회식 자리를 마치고 ‘집에 데려다주겠다’면서 학생을 자신의 차에 태워 성추행했으며, 집 앞에 도착한 뒤엔 학생에게 ‘같이 자자’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를 거부한 학생에게는 소리를 지르는 등 폭언과 욕설을 했다.

또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논문통과 및 수업학점 패스가 불가능하다”고 만남을 요구했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졸업뿐만 아니라 좁은 음악 바닥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피해 학생은 휴학을 신청한 뒤 지도교수를 변경했다. 회식에 함께한 동료 교수를 화장실에서 성추행하거나 학부생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는 추가 폭로도 나오고 있다.

피해자들은 학부, 대학원 재학부터 취직 등의 과정과 음악계에서 A 교수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미투 운동에도 불구, 피해 사실을 폭로하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A 교수의 수업을 수강한 한 학생은 “A 교수가 졸업심사 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 교수의 강의는 한 번은 꼭 들어야 했다”며 “학생끼리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학과에 전달하더라도 A 교수의 영향력 때문에 누구도 외부엔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음악대학 교수는 “음악계는 학교부터 직업까지 소수 인맥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개인 레슨’ 같은 사적이고 폐쇄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 많으며 성범죄를 당했더라도 여전히 보복이 두려워 피해 사실을 말 못하는 많은 피해자가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A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도 이런 얘길 들은 적이 있는데 황당할 뿐”이라며 “얘기를 꺼내도 문제만 더 불거질 것 같아 얘길 안 하고 있었다”고 성희롱·성추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A 교수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학생이 논문을 제대로 쓴 것 같지 않아 제가 논문을 2차례 떨어뜨려 상처를 준 적은 있다”고만 밝혔다.

경희대 측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직접 먼저 수사는 할 수 없으나, 학교 차원으로 제보가 접수된다면 사안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