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갑질 반복에도 설설 기는 文정부, 생떼 더 부추긴다

북한은 곧 있을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쇼’에 세계 언론을 들러리로 세우면서, 한국 언론에 대해서는 더욱 모욕적 행패를 부렸다. 북한은 전문가를 전면 배척하고, 심지어 취재진의 방사성 측정계 등도 압수했다. ‘핵 흔적’을 지우면서 그것을 핵폐기 진정성으로 역선전하려 들겠지만, 실질적 핵폐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래도 언론은 현장 취재가 중요하기 때문에 방북을 시도했으나, 북한은 22일 미국·영국·중국·러시아 등 외신의 방북만 허용하고 한국 기자단에 대해선 퇴짜를 놨다. 23일 뒤늦게 별도로 한국 기자단 명단을 접수했다. 직항편으로 원산으로 오라는 얘기다.

북한이 대한민국에 대해 위약(違約)과 몽니를 반복하며 함부로 대하는 현상은 더 악화하고 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미국과의 협상에 진전이 있더라도 한국을 무시·배제하는 전술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은 지난 16일 한·미 연합 맥스선더 훈련과 태영호 전 공사의 국회 강연을 트집 잡아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집단 탈북 종업원들의 북송도 요구하고 나섰다. 조선중앙통신도 22일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았다.

북한 정권이야 원래 그렇다 치더라도, 말도 안 되는 ‘갑질’에 문재인 정부가 설설 기는 듯한 대응을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행패를 보면서도 제대로 따지거나 응징을 하지 못하는 것은, 필요하면 수시로 생떼를 쓰는 행태를 부추기는 일이다. 나아가 단순한 모욕감 차원을 넘어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남북관계 정상화 자체도 저해하는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