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고네는 ‘정치적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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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 깊이 읽기 / 최혜영 지음 / 푸른역사

그리스 비극에서 트로이의 헬렌이 처음에는 ‘아주 나쁜, 창녀 같은 여성’이었다가 왜 갑자기 ‘가장 정숙한 여신격 여성’으로 확 달라지게 그려졌을까? 또 고대 세계 최고의 영웅이었던 헤라클레스는 비극 속에서는 왜 그렇게 ‘지질하고 못난 인간’이 됐을까. 왜 오이디푸스 왕이나 안티고네 같은 테베 왕실 이야기가 그렇게 인기가 있었을까? 이 같은 의문은 그리스 비극을 문학 작품으로만 이해해서는 풀리지 않는다. 그동안 수많은 그리스 비극 연구물들이 주로 비극의 성격 분석, 문학적 기법, 철학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 탓이 크다. 이들 연구는 비극의 인문학적 담론을 형성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비극이 원래 지녔던 정치적·종교적·역사적 콘텍스트는 소홀히 했었다. 저자는 텍스트 분석을 넘어 다양한 사료를 근거로 그리스인들에게 드라마 공연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의 연극 개념과는 달랐음을 보여준다. 비극 공연은 공동체 디오니소스 제전에 바쳐진 전체의 종교 행사였을 뿐 아니라, 테베 등 ‘적국’의 기세를 꺾기 위한 심리전의 도구이기도 했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정치적인 행사이기도 했다. 424쪽, 2만5000원.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