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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25일(金)
“디지털 경제는 ‘실패 비용’ 적어… 떠오르는 순간 저질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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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병규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의 위원회 사무실에서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아날로그 경제는 ‘축적’ 중요
신중함·조심성이 필수이지만
이젠 ‘현명한 시행착오’ 시대

올라갈 사다리가 없는 청년들
‘큰 사고’ 치지 않으려는 경향
도전할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시니어 그룹은 ‘조언’만 하길
젊은 사람들을 막아서면 안돼


장병규(45)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혁신 성장을 상징하는 인물 중 하나다. 혁신 성장의 쌍두마차 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다. 각각 중소·벤처기업 성장 동력화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맡고 있다. 그는 두 부처와 모두 인연이 있다. 장 위원장은 당초 청와대로부터 중기부 장관 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고사하고 대신 위원장 자리를 수락했다. 카이스트 석사 때 벤처를 처음 창업한 이래 4번의 창업을 모두 성공시켜 조 단위의 재산을 일군 정보기술(IT) 1세대 사업가로서 그는 민간인 신분을 유지하면서 공공의 이익에 봉사할 묘수도 찾아낸 셈이다. 정부는 이런 뜻에 호응이라도 하듯, 원래 총리급 위원장에 장관급 정부위원과 민간위원 동수로 구성하려던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민간 위주로 대폭 개편했다. 정부위원 수를 6명으로 확 줄이고 민간위원은 19명으로 늘렸다. 대한민국의 10년 뒤 먹거리를 창출할 4차 산업혁명 정책 디자인을 산·학·연 민간 주도로 하겠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공무원은 괜히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해 배가 산으로 올라가게 하지 말고 뒤에서 지원이나 열심히 하라는 취지다. 4차 산업혁명을 맨 앞에서 책임진 과기정통부의 같은 민간 출신 장관의 아이디어였다.

최근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각계에서 내려진 평가는 대체로 ‘외교·안보는 통과, 경제는 과락’에 맞춰져 있다. 분배 정책에 가까운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전통 경제학자들과 업계로부터 “성장 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마당이다. 장 위원장이 지금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사람 중심 경제의 경제정책 목표 아래 일자리 중심 경제,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의 4개 축으로 돌아가는 ‘J노믹스(문재인 경제정책)’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을 이끄는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성장 정책의 실종이란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무슨 방법으로 성장을 만들어 가려는지 궁금했다.

주말을 앞둔 지난 18일 4차 산업혁명위원회 사무실이 위치한 광화문 근처 식당에서 만나 2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전날 대통령이 참석한 혁신성장보고대회를 마친 직후여서 그런지 장 위원장의 안색은 조금 피곤해 보였다. 그러나 대화를 시작하자 솔직하고 열정적인 단어들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장(長)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현 정부의 기업 홀대, 공무원의 보신주의를 신랄한 표현으로 성토했다. 정치권을 포함한 기성세대의 환골탈태와 양보가 필요하다며 젊은 청년들 껴안기에도 적극 나섰다. 미리 읽어봤던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여러 부처와 이해관계자의 조율사답게 신중한 언행이 두드러졌지만, 이날 그는 화끈한 대구 사나이로 돌아온 듯 보였다. ‘맨땅에 헤딩’ 창업 도전을 거듭해온 장 위원장은 “사실 조율 업무는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을 평생 해온 만큼 밀어붙이고 다그치고 하는 게 원래 스타일”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전략적 사고를 하는 합리적인 공학도였다. 4차 산업혁명 개념이 사실상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있어 논의 주제를 확장하려 하면 끝이 없다. 장 위원장은 ‘사람 중심’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이란 정부의 정책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가장 시급하고 일자리 창출 등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우선 선별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장관은 사양했지만 사업가로서는 점점 공적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는 사람. 후배 벤처기업인을 위한 입문서를 펴내고, 장기 과제로 교육도 4차 산업혁명위원회 안건으로 올리고 싶다는 장병규. 그는 미래 세대의 멘토로 성장하고 있는 듯 보였다.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제2의 안철수’가 될지, 세계인의 생활양식을 바꾼 혁명적 기업인 ‘제2의 스티브 잡스’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실효성에 관해 여전히 의문이 많다. 정부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할 뿐이지, 어떤 법적 구속력도 없다. 위상 축소 논란도 있었다. 혁신 성장을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좀 더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지 않나.

“(웃으며) 안 그래도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 우리는 쟁점이 많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 현안을 사회적 합의에 이르게 해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따를 수 있는 분위기와 문화를 조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행정부는 시행령과 규칙을 만들고, 입법부는 법률 제·개정에 반영하면 될 것이다. 강제력을 갖지 않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다. 정부 부처, 국회, 사법부 등 실제 권한을 가진 공식 기관과 4차 산업혁명위 같은 비공식 기구가 분리돼 나란히 가는 게 중요하다. 원래 제 성격은 성과와 실행에 집중돼 있다. 뭔가 만들어내야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스타트업(초기 벤처)이 맞는다. 실행과 전진이 본질이다. 그래서 사실 위원장과는 잘 안 어울린다. 전 돌격대장이다. 이런 개인 성격을 떠나 위원회나 어디에 더 많은 권한을 주자는 주장이 많은데, 정부는 이미 비대하다고 생각한다. 위원회에 권한을 주면 옥상옥이 된다. 현대 조직을 글로벌하게 보면 멀티 기능이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멀티 사업부 형태다. 위계 구조(hierarchy)가 줄어든다. 계층(depth)이 얕다. 팀원, 팀장, 본부장, 경영자 이렇게 뎁스가 길면 오해가 생긴다. 비효율적이고 조직이 늘어진다. 50년 전에는 맞을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위원회 옥상옥은 바른 방향이 아니다. 주무부처 장관이 빠르게 움직이는 게 좋다. 조직 구조상 그게 옳다. 현재 정치권에서 개헌을 거론할 때 나오는 대통령 권한 문제도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위 위원 말을 들어보면 교육과 경제는 불가분인데, 부총리가 따로 있지 않나. 국무총리도 따로 있다. 이 구조를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현세대는 융합이 키워드다.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한마디로 ‘장병규의 4차 산업혁명위는 해커톤(hackathon)’이라고 봤다. 민관 합동의 해커톤을 그동안 세 차례 열었다. 앞으로 해커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해커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기획자, 디자이너 등이 팀 단위로 한데 모여 밤새도록 시제품(prototype) 단계의 사업모델을 끝장 토론식으로 만들어내는 모임을 뜻한다. 4차 산업혁명위 홈페이지에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은 민간의 규제혁신 요구에 대해 1박 2일 동안 민간과 정부가 머리를 맞댄 토론의 과정을 거쳐 규제혁신 합의 초안을 만들어내는 집중토론회’라는 설명이 있다.)

“1박 2일의 해커톤을 제대로 하려면 앞뒤 5, 6주의 준비와 정리 기간이 필요하다. 이틀간의 토론을 위해 사전에 약 한 달간 의제 분석과 소그룹 토론을 해서 쟁점을 뚜렷이 하고, 마치면 반드시 합의문을 낸다. 합의되지 못한 부분은 그대로 명기한다. 그리고 합의사항이 어느 정도 이행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사후 점검도 한다. 효율적이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회의 전문가)의 도움까지 받는다. 처음에 해커톤을 열려니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공청회처럼 엇갈린 일방 주장만 난무하고 오히려 갈등의 폭이 더 커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였다. 탁상공론으로 흐른다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횟수를 거듭하자 이해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서로 반목하던 공무원이나 시민단체 참여자들이 ‘막상 만나 깊이 이야기해보니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커졌다’고 고백한다. 재미있는 게 ‘이해당사자가 모두 왔다고 생각하나’에 그렇다고 답한 참여자가 많을수록 만족도도 높다. 결국 만나야 한다. 자기 의견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대화하다 보면 합의할 수 있는 공통지점이 생긴다.” (4차 산업혁명위는 해커톤에서 라이드 셰어링(ride sharing), 즉 우버 등 공유택시 규제를 놓고 택시업계와 토론하려 했으나 업계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해커톤이란 논의 틀의 유효성을 인정하는군요. 하지만 국가 정책 결정에서 숙의 민주주의는 아직 우리 사회에 생소하다. 공론화위원회 방식과도 다르다. 일반인 대상의 프레젠테이션(PT) 설득이 아니라 의제 관련 당사자, 즉 전문가 집단이 참여해 이미 노출된 쟁점과 향후 예상되는 갈등을 집중 토론하는 형식이다. 공론화위가 내린 결론은 곧장 입법 또는 행정으로 현실화하는 데 비해 해커톤은 구속력이 없다.

“그렇다. 처음에는 4차 산업혁명위를 돕는 공무원 집단인 지원단을 이해시키기도 어려웠다. 이해관계자들이 와서 다투는 과정이 없으면 전진이 안 된다, 사회적 합의는 헛공론이 아니다, 이렇게 설득했다. 실제 해커톤을 해보니 탁상공론이 아니고 당사자들이 뭔가 얻어가더라. 긍정적으로 문화가 바뀌어 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공공 부문 해커톤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면, 민간과 공공이 정책 협의의 장에서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논의 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과거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 정책 추진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보텀업이 함께 가야 한다. 즉, 정부와 민간이 충분히 합의해야 추진력이 생긴다.”

―그동안 해커톤에서 이룬 합의가 정책에 반영된 게 제법 있다. 금융위원회의 핀테크 개선 발표가 있었고, 방송통신위원회도 위치정보 관련법을 개정했다. 공인인증서 액티브 엑스도 없어졌고…. 다음은 어떤 주제를 다룰 예정인가.

“4차 해커톤에서 뭘 할지 내부 협의 중이다.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 욕심은 많지만 가시화할 수 있는 좁은 분야부터 시작하려 한다. 우리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효과가 나오는 것부터. 사실 조율하는 데 애로가 많다. 정보통신기술(ICT) 의제가 너무 많다고들 하는데 맞는다. 4차 산업혁명 주관부처는 과기정통부다. 거기서 4차 산업혁명위를 안 도와주면 우리도 힘을 못 받는다. 그래서 과기정통부 관심 사안부터 먼저 처리하자고 했다. 성과를 내면 이들이 폭을 넓힐 것이다. 그렇게 힘을 받아야 한다. 5G나 인공지능(AI) 대책을 위원회 초기에 다룬 이유다. 여기서 소기의 성과가 있었고, 방향을 잡았다. 바이오 분야는 왜 의제에 없냐는 불만도 많았다. 하지만 의료기기를 안건으로 올리면서도 쟁점이 금세 해소되기 어려운 의료 민영화는 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거다.”

―교육 분야를 중장기 과제로 돌렸다고 들었다. 그것도 선택과 집중, 우선순위 때문인가.

“혁신은 어느 한 문제만 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교육과 노동, 언젠가는 얘기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위 초기 1, 2차 회의 중간에 1.5차 회의라고 내부 회의가 있었다. 그런데 민간위원들이 입을 모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교육을 이야기했다. 일자리가 아니었다. 신기했다. 나는 4차 산업혁명 전문가가 아니다. 스타트업 벤처에 오래 몸담아 정부가 날 선택했을 텐데, 일단 모르니까 경청한다. 민간위는 다양한 분야로 꾸려졌다. 그런데 이들의 1순위 관심사가 교육 문제였다. 기존 교육 시스템이 굉장히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내부 회의에서 민간위원들에게 이렇게 선을 그었다. ‘우리 4차 산업혁명위를 설립한 지 얼마 안 됐다. 모든 위원회는 초기에 성과를 못 내면 동력이 떨어진다. 교육 문제를 얘기하는 순간 늪에 빠진다. 회의록에는 남기겠지만 일단 성과를 낼 때까진 미루자. 본질적이고 관련 이슈는 맞는다. 언젠가 얘기해야 한다. 다만, 동력이 생겨야 다룰 수 있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디지털 경제의 특징으로 ‘현명한 시행착오’란 말을 했다. 무슨 뜻인가. 한 인터뷰에서 ‘난 취직 걱정을 안 해서 창업할 수 있었다’고 했던데.

“제가 1995년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재학 중에 창업했는데, 당시 취업 고민 자체를 안 해도 될 정도로 여건이 좋았다. 어디를 가도 일자리가 있었다. 그래서 ‘안 되면 취직하지 뭐’하는 기분으로 창업했다. 두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실업률이 높다. 일자리,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이 자연스레 움츠러든다. 최근 젊은 사람을 만나서 얘기해보면 안정 지향적 성향이 뚜렷하다. 보수적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물론 이런 환경에서도 소수의 파이어니어(pioneer)들은 도전하고 성공하지만, 그래도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아날로그 경제는 ‘축적’이 중요하지만 디지털 경제는 그렇지 않다. 한계비용 제로, 실패하는 데 돈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신중하게 모색해 조심조심 헤쳐나가는 게 필수였지만 지금은 떠오르는 순간 저질러야 한다. 인간은 실패를 통해 가장 빠르게 배울 수 있다. 시행착오를 두려워 말되,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현명하게’ 해야 한다. 청년 실업 문제를 마이크로하게 보면, 의식주를 잘 해결하고 잘살 수 있다는 생각만 들어도 변할 여지가 있다. 우리 회사(블루홀) 신입사원만 봐도 그렇다. 결국 집 얘기가 나온다. 원룸 월세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판교(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니까 서울대 근처에 사는 친구가 많다. 그보다 내려가면 더 집값이 싸겠지. 그런데, 월세에서 아파트로 못 넘어간다. 중간 단계가 없다. 옛날에는 전세를 거쳐 내 집을 마련하지 않았나. 하지만 매월 월세로 빠져나가는 금액이 크다고 한다. 월 40만 원 정도, 적은 돈일 수도 있지만 이들에게는 큰돈이다. 2~3% 대출이자를 내면서 월세에서 아파트로 전환하기 어렵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회사에서도 안정 지향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큰 사고를 치지 않으려 한다.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안 보여서 그렇다.”

―1세대 벤처기업가 중 선순환의 모델이 되고 있다. 본인이 창업해 이젠 후배들 기업을 도와주는 엔젤(벤처 투자회사)을 하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 입문서도 펴냈다고 들었다. 선생님 역할로 넘어간 거다. 사업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그리고 청년들의 명줄을 쥐고 있는 제도권 내 기성세대에 각각 한 말씀 해 달라.

“늘 학생들에게 남과 다르게 살라고 말한다. 어른 말은 참고만 하라고. 기성세대에 부탁한다. 4차 산업혁명위 하면서 외부 행사에 가는 일이 많다. 높은 분이 많이 오는 티타임, 오찬 이런 것. 죄송한 얘기인데, 어르신들이 현세대의 괴로움을 이해하면서 대화하는 걸까 회의가 든다. 요즘 말로 꼰대다. 물론 젊은이도 꼰대가 있다.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날 세대에 좀 더 맞는 얘기다. 그분들이 의사결정권자다. 과연 그 결정이 현세대를 반영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기성세대에 부탁을 드리자면, 일정 순간이 되면 시니어 그룹으로 조언하며 빠지는 게 맞지 않느냐 하는 거다. 빠져줘야 젊은 사람들이 올라오지. 막아서서 젊은 세대에 과거의 유물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단적으로 정부 산하단체장은 연령을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분들의 논공행상 자리로는 곤란하다. 60·70대 중에 경륜을 펼치는 분들도 계시지만 단지 그분들 세상에서만 오가는 얘기일 수 있다. 젊은 세대는 어른들 말을 적당히 들어야 한다.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100세 시대가 오지 않았다면, 농경사회가 계속 유지됐다면 몰라도. 그분들 얘기를 들으면 과거 유물에 속해 사는 것이다. 자기 세대에서는 정말 바보가 되는 거다. 조언은 조언일 뿐이다.”

―9월이 임기 만료다. 만약 1년 더 연임한다면 무슨 주제를 4차 산업혁명위 안건으로 올리고 싶나. 교육 문제 빼고.

“4차 산업혁명위의 소위원회 격으로 스마트시티 특위, 헬스케어 특위를 설치했다. 산업적으로 좀 더 넓힐 수 있는 사안이다. 자율주행차는 정부가 주도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현대차도 있고. 블록체인 이슈를 다루려면 기술을 아는 분과 전통 제도를 아는 분 사이에 대화가 필요하다. 테크 백그라운드를 긍정하는 분들은 테크에 대한 강한 신봉이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기술을 모르고 얘기하는 측면이 있다. 둘이 모여서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게 토론 문화다. 아직 합의 문화가 약하지만 대화가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민이랑 관이 협업은 잘 안 된다. 들어와서 보니 이유는 알겠는데, 아무튼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토론 문화 자체가 없다. 저희가 풀어야 하는 건 거창한 것보다 사소한 디테일 문제다. 이게 쌓여 있다. 톱다운이 통하지 않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왔다. 사회 신뢰를 기반으로 각자 책임과 역할만 잘해도 조금씩 발전한다. 그런데 다른 관점에선 블록체인이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고 본다. 일자리 증가에 얼마나 플러스를 줄 것이냐가 문제다. 정부의 큰 방향성과 맞아야지. 청년 일자리 문제가 안 풀리면 아무리 적폐청산, 남북평화를 이뤄도 국민이 좋아하겠는가. 위원회도 우선순위에 따라 일해야 한다.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벤처기업가의 사회적 책임(CSR)을 묻고 싶다. 아날로그 시절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미국의 100대 기업에서 디지털 기업이 이미 아날로그 기업들을 밀어냈다. 글로벌 경영을 하면서 교묘하게 절세, 탈세를 하는 바람에 구글세가 신설됐다. 페이스북은 막대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의회 증언대에 섰다. 아마존은 진출하는 업종마다 파괴적인 혁신으로 편익은 높이지만 일자리를 없앤다는 비판을 받는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고 주주에게 이를 환원하는 조직이지만 더 큰 목표가 있다면.

“사실 4차 산업혁명위를 맡기 전까지 후배들 기업을 돕는 게 주업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돈 벌려고 투자하는 거지만. 거기까지였다. 사회적 변화를 위해 연대한다든가 그런 니즈가 없었던 사람이다. 다만, 게임 산업에 종사하다 보니 큰 회사는 자꾸 커가는데 중간 규모의 회사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모든 게임 제작은 처음엔 작게 시작한다. 이후 중간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 사다리가 없으니 제작자들이 클 수 있는 토대도 없다. 중간 허리를 만들어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는 관점 정도는 있다. 블루홀로 돈을 벌기 시작해 게임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허리를 키우기 위한 행동이다. 개인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위에서 일하면서 조금 더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전에는 술자리에서 정부 욕만 했는데 좀 보니, 정부 고유의 역할과 가치가 있다. 조화롭게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게임 산업은 민간이 잘하고, 정부는 뭘 잘할 수 있을까. 둘이 연합해 잘할 수 있는 건 뭔지, 4차 산업혁명위를 맡으며 그런 걸 인식하게 됐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 그런 것이 필요하겠다, 나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하는 게 힘도 있고 추진력도 있겠다는 정도의 생각은 한다.”

인터뷰 = 노성열 부장 (경제산업부) nosr@munhwa.com
정리=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mail 노성열 기자 / 경제산업부 / 부장 노성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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