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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25일(金)
‘문재인 케어’ 갈등 왜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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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전국 시도의사회 등이 주축인 의사 1만여 명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문재인 케어 반대집회를 열었다.연합뉴스
▲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행동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의약단체장들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2019년도 수가 협상에 앞서 상견례를 갖는 장면. 연합뉴스
健保 비급여 → 급여화 대폭 늘려… 정부“메디컬 푸어 해소”
“병원 폐업위기 몰고 전문성 훼손”… 의사協, 결사항전 태세

‘文케어’로 급여화 시행돼도
의료보장성 2022년 70%
OECD 평균 80%에 못미쳐

수가,원가보다 낮은 경우 많아
병원들 비급여로 손실 보전
수익 줄어들 가능성 높아져
‘정부 수가정책’에도 불신 커

정부, 30조6000억원 투입
5년간 소요비용 충당 계획
‘급여화’항목 의료계와 협의

의협“적정 수가 보장 안돼
대형병원 쏠림 나타날 것”
한의사協·약사회 등 “찬성”
“의협 반대집회는 집단 이기”


지난해 말에 이어 지난 20일 5개월여 만에 의사 1만여 명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저지하겠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케어는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메디컬 푸어’를 해소하는 의료비 경감 대책이 골자다. 국민과 시민단체는 물론 다른 의료단체들조차도 문재인 케어를 환영하고 있음에도, 의사들의 반대 움직임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일부 의사는 이번 의사들의 반대 움직임을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격렬했던 투쟁에 비유할 정도다. 이번 집회를 주도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최근 당선된 이유도 ‘문재인 케어 철회’를 공약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많은 의료인이 문재인 케어에 반감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을지 등을 점검해봤다.

1 왜 갈등이 고조되고 있나

현 상황은 문재인 케어를 시행해야 하는 정부와 정책 실행 주체인 의사가 맞서 있는 모양새다. 건강보험 재정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의사를 배제하고는 문재인 케어의 정상적인 추진이 어렵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에 포함할 진료 항목에 대해 각 전문의학회와 논의해야 하는 처지인데 의료계의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의협은 문재인 케어 철회를 주장하며,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주장하는 등 결사항전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의료계가 집단휴진(총파업)이라도 진행할 경우 고스란히 국민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와 의협이 의·정 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의협은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정부와 의협의 견해 차이가 첨예해 의·정 협의체를 통해 갈등이 봉합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자유한국당도 의협을 지지하고 나서 논란과 갈등이 더 고조되고 있다. 의협은 지난 14일 한국당과 함께 ‘문재인 케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왜곡된 의료제도의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의 공동서약서를 체결한 바 있다.

2 문재인 케어가 뭐길래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비급여(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진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여 국민이 부담하는 의료비를 낮추는 데 있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수익구조와 직결돼 있는 비급여가 매우 중요하다. 애초 비급여는 의학적 효과가 모호하거나 비용 효과성이 떨어져 보험 적용이 안 되는 항목이었으나, 그동안 의료기관들이 수가 부족 문제를 비급여를 통해 보전하면서 급속도로 늘었다. 정부의 가격 통제를 받지 않는 비급여는 의원별로 가격을 높게 받아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어 많은 의료기관이 점점 더 여기에 의존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러한 비급여의 팽창은 환자 부담을 증가시켜 건강보험 보장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정부는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매년 점진적으로 비급여를 급여화했지만, 비급여는 이 속도보다 더 빠르게 증가해 건강보험 재정이 계속 악화됐기 때문이다.

3 의사들의 반대 이유는

의협의 공식적인 입장은 모든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문재인 케어가 재정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며, 의사들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심하게 훼손한다는 것이다. 의협은 “비급여를 급여화하면 의사의 모든 의료행위를 정부가 통제하게 돼, 의사들의 진료 수행에서 헌법적 권리인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저수가를 보전하고 있는 비급여가 사라짐으로써 대형병원을 제외한 대부분 의료기관이 도산에 직면하게 된다”고 호소했다. 의협은 “국민으로서도 손해”라고 강조한다. 의료인의 직업수행과 진료의 자유가 제한되고, 동네 의원이 도산하게 되면 환자들의 ‘의료이용 선택권’이 침해된다는 게 이유다. 또 모든 비급여가 급여화되면 진료가 급증해 건강보험 재정 역시 감당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4 환자 입장에서 손해인가

의협이 전면 급여화 시 환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의료 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복지부는 적극 반박하고 있다. 당장은 환자 입장에서 손해될 게 많지 않다. 비급여는 대개 치료 효과가 모호하거나 비용 효과가 떨어지는 의료이기에 환자에게 필요한 비급여는 급여로 전환되고 있다. 비급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전국 어디서나 같은 표준가격이 책정되고, 건강보험이 비용을 함께 지급해 환자 부담은 적어진다. 환자가 실질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기회가 넓어지므로 선택권 역시 제한되지 않는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또 급여화가 되더라도 필요한 진료는 제한하지 않도록 해 환자가 원하는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5 부작용은 없나

의료기관의 수익은 의료계의 우려대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는 그동안 비급여가 급여화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관행 수가보다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주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료계는 그동안 건강보험 수가가 원가보다 낮아 생기는 손실을 비급여 진료를 통해 보전해왔는데, 정부가 비급여를 원가보다 낮은 수준의 급여에 포함하게 되면 병원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적정수가를 보장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그간의 사례에 비춰 건강보험 재정 절감 등을 이유로 정부가 의사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수가를 보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급여화되면 대형병원과 동네 의원의 가격 차이가 줄어 대형병원 쏠림 현상도 예상된다. 이로 인해 동네 의원의 수익이 줄어들어 문을 닫는 곳이 생길 수도 있다.

6 건강보험 재정은 어떻게

재정적 측면은 논란이 있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 시행을 위해 5년간 30조60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 21조 원 가운데 일부를 활용하고, 현재 추세의 건강보험료 인상 폭을 통해 충분히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다만, 진료의 특성상 투입해야 할 재정이 어느 정도 증가할지는 단순히 예상하기 어렵다. 예컨대 고가의 비급여 진료가 급여화로 전환될 경우 의료기관의 문턱이 지금보다 더 낮아져 환자들이 몰리게 되면 재정이 더 빨리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체 건강보험 환자 가운데 노인 환자가 급증하는 고령화 추세도 재정적 측면에서 좋은 상황이 아니다. 또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의료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협상 과정에서 수가를 대폭 인상할 경우에도 건강보험 재정은 줄어들 수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재원 마련을 위해 건강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 부담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보험료 수익 기반을 확충, 재정이 파탄 나는 일은 없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7 시민단체 입장은

시민단체 등에서는 최근 의협의 반대에 대해 결국 건강보험 수가를 올리기 위한 집단행동이라고 평가한다. 보건의료노조, 건강보험노조,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5개 단체가 참여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의협이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고 집단행동을 감행하는 이유는 결국 의사 직능의 수가를 보상받기 위해서다”라며 “(복지부는) 국민의 지지를 받아 시행되는 제도가 전문가 집단의 반발에 가로막혀 퇴보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연합회도 “의협은 문재인 케어 반대 명분으로 ‘국민을 위하여, 환자를 위하여’라는 수식어를 더는 사용하지 않기 바란다”며 “오히려 문재인 케어가 정착되면 병·의원과 의사들의 수입이 이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정부가 약속한 적정 수가를 보상받지 못할 우려 때문에 집단행동을 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국민과 환자들을 설득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비판했다.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도 문재인 케어에 대해 찬성을 표명한 바 있다. 특히 한의사협회는 의사협회를 ‘집단이기주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8 정부의 갈등 해소 대책은

정부는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과정에서 비급여는 물론, 현재 급여도 적정 수준으로 보상해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비급여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수가 보상이 이뤄지면 과잉 보상이 일어날 수 있고 국민의 부담이 많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수가 일괄 인상이 아닌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분야 중심으로 수가를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도 의료전달체계 정립을 통해 고쳐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만성질환자는 동네 의원에서 건강관리가 가능하도록 하고, 대형병원은 중증질환자 중심으로 진료하도록 수가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별개로 의료계와 협의를 거쳐 치료 목적과 거리가 있는 의료는 비급여로 남긴다. 정부는 약 4조 원가량의 의학적 비급여(약 3600개)의 경우 의료계와 협의해 급여화 대상을 결정할 예정인데, 이 중 1조6000억 원 규모는 비급여로 남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용·성형, 피로 해소나 단순기능개선 목적의 영양제 주사, 도수치료, 라식치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9 보장성은 얼마나 강화되나

문재인 케어로 모든 의학적 비급여가 급여화돼도 우리나라 의료보장성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는 건 아니다. 문재인 케어의 목표는 2015년 기준 63% 수준의 보장성을 2022년까지 70%로 올리는 데 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100만 원의 의료비가 청구됐다고 하면 2015년의 경우 63만 원은 건강보험에서 부담하고 환자가 37만 원을 부담하는데, 2022년에는 30만 원으로 낮아지게 된다. 바꿔 이야기하면 2022년이 돼도 환자들이 의료기관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여전히 30%에 달한다는 의미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보장률 8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OECD 국가에서는 돈이 많이 드는 입원, 수술 등의 보장성이 평균 90%에 달한다. 시민단체는 문재인 케어를 뛰어넘는 더 많은 보장성 강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10 보장성 강화 어떻게

복지선진국 수준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올리기 위해서는 결국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적정부담, 적정급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논의가 장기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의료비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언젠가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 보험료율은 보수월액의 6.12%다. 직장가입자는 이 중 절반인 3.06%만 낸다. 선진국의 경우 독일이 14.60%, 프랑스 13.85%, 일본 10.0%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정부의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국고를 통해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 상당을 지원하게 돼 있다. 이는 대만(26.8%), 일본(30.4%), 벨기에(33.7%), 프랑스(49.1%)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용권 기자 freeuse@
e-mail 이용권 기자 / 사회부  이용권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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