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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25일(金)
靑 수석의 ‘빗나간 正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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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SNS 성지’로 불렸던 曺수석
정의 외치더니 靑 입성 후 돌변
前現정권에 들이댄 잣대 달라

검증 부실로 8명이나 낙마
宋 조사 후 대통령에 보고 안 해
눈 귀 가린 우병우 닮아가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 하루에도 수차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릴 정도로 파워 SNS 사용자였다.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그가 입장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더불어민주당이 그대로 따라 할 정동로 그의 글은 파급력이 컸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조 수석은 정국(政局) 예측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에서 ‘성지’로도 불렸다.

지난 2016년 10월 검찰의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특별수사본부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을 압수수색 하자 그는 페이스북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는 검찰이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일갈했다. 이후 검찰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들어가지 못했다. 최순실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이 유출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 진범(眞犯) 즉각 파면 및 형사고발 △이원종 비서실장 사퇴 △우병우 민정수석 즉각 사퇴 및 검찰 조사 △박 전 대통령 대국민 사과 △특검 도입 △탄핵 등 7개 ‘행동지침’을 썼다. 조 수석은 탄핵은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나 거론 자체가 의미 있다고 했지만, ‘탄핵’ 표현만으로도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다. 국정농단 수사 중에 조 수석은 자신의 법률적 지식을 동원해 야당 투쟁의 방향타를 제시했고 친문 세력은 조 수석의 글을 곧 ‘정의(正義)’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렇게 박근혜 정권에 예리한 칼날 같았던 조 교수가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됐을 때 페이스북 친구인 필자는 그가 남겨놓은 글처럼만 한다면 법치가 살겠구나 하는 기대를 했다. 글만 보면 그는 늘 정의의 사도처럼 행세했다. 그 어떤 불의와 반(反)법치도 용납하지 않을 듯했다. 이런 순진한 생각이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가 얘기하는 정의는 결국 ‘우리 편’이 아닌 ‘다른 편’이 지켜야 할 덕목이었던 것이다.

참여연대에서 함께 일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현 정부 들어 8번째로 도덕성 논란 끝에 낙마했지만, 인사 검증 책임자인 조 수석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한마디로 갈음했다. 자신이 인사검증을 한 장·차관급 인사 8명이 낙마했다면 검증 기준에 결정적 하자가 있는 것이다. 국민과 언론의 시각은 김 전 원장 행태에 큰 도덕적 하자가 있는 것으로 봤지만, 그의 눈에는 그저 ‘착한 동생 김기식’으로 만 보인 모양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급 관료가 산하단체 돈으로 외유를 가고 정치후원금을 ‘땡처리’했다면 그의 SNS는 불이 났을 것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이 김경수 전 의원에게 드루킹을 소개해주고 본인도 4차례 만난 사실을 지난달 20일 민정수석실에 알렸다고 한다. 두 차례에 걸친 자체조사에서 송 비서관이 드루킹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100만 원씩 두 차례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국회에서 야당 원내대표가 9일간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단식을 하고 드루킹 사건이 정국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조 수석은 송 비서관을 ‘혐의 없음’ 처리하고, 언론의 취재·보도 때까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이 이런 혐의가 밝혀지고 대통령에게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면 조 수석은 검찰 수사는 물론 민정수석, 비서실장 사퇴를 당연히 요구했을 것이다.

조 수석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렸다고 비판했다. 똑같은 잣대라면 임종석 비서실장이 보고하지 말자고 해도 조 수석은 대통령에게 측근의 문제를 당연히 보고했어야 했다. 특별감찰관도 폐지된 마당에 청와대 내에서 감시와 견제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은 민정수석실뿐이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선입관을 가지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것인데 국정이 이런 식이면 참사가 벌어진다. 운동권·시민단체 출신이라고 흠을 보지 못하고 감싸기만 한다면 민정수석 자격이 없다. 우리 편은 댓글을 조작해도 되고, 100만 원 정도는 사례비로 받아도 되고, 불법·편법을 저질러도 평균 이상만 아니면 된다는 편향이 지금 청와대에 만연한 것 아닌가. 고(高) 지지율에 가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언젠가 수습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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