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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25일(金)
民情과 民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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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한자 백성 민(民)자는 눈물에 젖은, 아니 눈이 먼 사람을 가리킨다. 그것도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이 아니다. 인위적인 장애인이다. 그 배경에는 전쟁이란 먹구름이 드리워 있다. ‘民’은 날카로운 꼬챙이 같은 것으로 전쟁 포로의 눈을 찌르는 모습을 나타낸 글자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앞을 못 보게 해버린 것이다. 나중에는 백성·국민의 뜻으로 의미가 바뀌었지만.

이 ‘민’ 자가 뜻 정(情)자와 만나 민정(民情)이 되면 어떻게 될까? 백성의 마음, 민초의 마음, 곧 국민의 마음이 된다. 민심, 인심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선현들은 통치자들에게 민정, 즉 민심은 천심이라고 가르쳤다. 배고프고 춥지는 않은지, 아픔이나 억울함은 없는지 민정을 구석구석 헤아려 다스리라고 한 것이다. 그것이 천하태평 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믿은 것이다. 대통령비서실에 민정비서(民情秘書)를 둔 이유도 달리 있지 않다. 부정부패한 공직자를 적발해 엄벌케 하고, 국기 문란 관리를 처벌해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며, 민정을 살펴 상달(上達)하고, 민원(民怨)을 풀어주는 역할을 맡긴 것이다. 그 외에 대통령의 친인척을 관리하는 업무도 맡겼다. 조선 시대의 암행어사, 서양의 옴부즈맨 제도와 닮았다. 민정비서가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하면 자격이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래서 민정비서 자리가 만들어진 초기엔 ‘청와대 민정’이라 하면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했을 정도다.

올 들어 ‘청와대 민정’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개헌안을 들고나와 설명하는가 하면 대선 당시 댓글 조작 관계자와 연루된 비서관을 제대로 감찰·보고하지 않은 정황이 보도되고 있다. 민정비서는 얼굴이 필요 없다. 대신 대통령의 밝은 눈과 귀가 돼야 한다. 그리고 바른말 하는 입이 필요하다. 권력에 취해 그 근본을 잊으면 민심이 등을 돌린다. 또, 그 기능이 부실하면 정권이 부패하고, 그렇게 국민의 원망이 쌓이면 권력이 무너진다. 민정비서가 이러해서 그런지 그 한자 표기마저 헷갈린다. 일본 언론은 민조(民情), 중국 매체는 민쩡(民政)이라고 하면서 한자를 다르게 표기한다. 청와대 민정(民情) 업무를 민정(民政)으로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 후자는 민주정치의 준말이기도 하지만 군정(軍政)의 반대말이기도 하다. 청와대 민정이 기본에 충실하다면 이런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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