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세 급변에 一喜一悲 말고 安保태세 더 강화할 때다

미·북 싱가포르 회담 불발에 북한이 일단 ‘온건한 대응’을 해 당장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가 한순간에 급변할 수 있음을 새삼 보여준다. 실제로 언제든 무력 도발과 대응의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미국 국방부가 24일 회담 취소 직후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면서 “‘파이트 투나잇’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한 것은 이런 당위성 때문이다.

대화 국면이든, 대결 국면이든 모든 잠재적 위협에 대응할 역량을 갖추는 것이 안보(安保)의 기본이다. 그런데 최근 남북 대화 분위기에 편승해 군(軍)의 대비 태세가 이완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무장 해제 우려를 자아낼 정도다. 청와대는 지난 11일 ‘국방개혁 2.0’안(案)을 돌려보냈고, 국방부는 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 등 대북 3축 체제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17일 전군 지휘관 간담회는 비공개로 열렸다. 국방부는 “4·27 정상회담 성과를 공유하고, 군 대비태세를 점검했다”고 밝혔는데, 단호한 안보 태세를 과시했어야 했다. 군 정신교육에서 주적 개념이 사라졌으며,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 등 한·미 군사훈련이 대폭 축소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안보는 정세 변화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최악의 시나리오(worst scenario)’에 대비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희망 사항(wishful thinking)’은 금물이다. 미·북 회담 급변은 이런 필요성을 깨닫게 한다. 지금이야말로 안보태세를 강화할 때다. 한·미 군사 공조는 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