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정상회담 실무 접촉>핵무기 ‘제3국 반출’ 등 방법론선 타협 가능성

비핵화 로드맵

ICBM 우선 美로 보낼수도
실효적 核사찰 여부도 관건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의제 실무 협상 과정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국외 반출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리비아 모델’이 아닌 ‘트럼프 모델’을 언급한 적이 있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을 지키되 실무적인 방법론에서는 북한과 타협의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28일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 회담에서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들을 국외로 반출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미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 본토로 가져오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적이 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핵무기를 해체해 미국 (핵물질 보관소인)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이 말한 방식은 핵물질을 미국 본토로 이송시키는 것으로 리비아 모델의 전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북한도 미·북 회담 재고려까지 언급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모델은 리비아 모델을 변형시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절충안으로 핵무기의 미국 아닌 제3국 반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우선 미국 반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나 ICBM을 해체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이른바 ‘미래 핵’을 위한 시설이라 할 수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이를 공개한 것처럼, 이미 완성된 핵탄두와 ICBM 등 ‘과거 핵’,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고농축 우라늄 등 핵물질을 뜻하는 ‘현재 핵’도 스스로 폐기하고 검증받는 형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이와 같은 방식을 진정한 의미의 CVID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CVID 담보 방식과 관련, 유연성을 발휘할 경우 북한은 비핵화 로드맵의 신속한 이행과 실효성 있는 핵사찰을 보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가 끝나가는 2020년 하반기까지는 북한의 핵 능력이 실질적으로 제거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핵 불능화에 대한 투명한 검증도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과거 미국 등과 핵 폐기 조치를 합의하고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사찰을 방해하거나 거부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이번에는 이를 방지할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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