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式 ‘티키타카’ 성공… 신태용號 16강 키워드 ‘스피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신 감독은 빠르고 강한 공격전술을 펼쳐 2-0의 완승을 이끌었다. 연합뉴스

온두라스 평가전 분석

손흥민·황희찬·이승우·문선민
빠르고 저돌적인 돌파 뛰어나
짧고 강한 패스로 상대편 압박
끊임없는 뒷공간 침투 ‘주효’
점유율 높이면서 2-0 승리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 진출의 키워드는 스피드다.

축구대표팀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 황희찬(22·잘츠부르크),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 문선민(26·인천 유나이티드) 등 빠르고 순간적인 돌파에 능한 공격진을 배치했고 후반 15분 손흥민의 선제골, 후반 27분 문선민의 추가골이 나와 2-0으로 승리했다.

신태용(48) 대표팀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가동하고 손흥민과 황희찬을 최전방, 이승우와 이청용(30·크리스털 팰리스)을 좌우 측면에 배치했다. 후반 11분 문선민이 이청용 대신 투입되면서 문선민이 왼쪽, 이승우가 오른쪽 측면을 맡았고 이때부터 대표팀의 스피드는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손흥민(183㎝)을 제외하고 황희찬(177㎝), 이승우(170㎝), 문선민(172㎝)은 키가 작은 편. 하지만 날렵한 몸놀림을 바탕으로 한 저돌적인 돌파, 그리고 짧고 강한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신장의 열세를 만회했고 온두라스의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 문선민은 모두 공격 포인트를 챙겼다. 전방에서 강한 압박으로 공을 빼앗은 이승우는 손흥민에게 패스했고 손흥민은 아크 정면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또 기습적으로 왼쪽 측면을 침투한 황희찬은 낮은 크로스를 문선민에게 배달했고 문선민은 문전에서 수비수 1명을 제친 뒤 왼발슛으로 추가 득점을 올렸다.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 문선민은 끊임없이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면서 온두라스를 농락했다.

낙승을 거둔 뒤 문선민은 “신 감독께서 ‘저돌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라’고 주문하셨다”며 “운이 좋게 공이 왔고, 침착하게 슈팅했다”고 설명했다. 문선민은 A매치 데뷔전에서 골을 넣은 역대 33번째 선수로 등록됐다. 역시 A매치 데뷔전에서 어시스트를 챙긴 이승우는 “(체격에서 부족하다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었기에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애써왔다”면서 “조금 작지만 큰 선수들보다 더 빠른 스피드와 민첩성이 내겐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인과 FC 바르셀로나는 ‘티키타카’로 정상에 올랐다. 스페인 출신인 주제프 과르디올라(47) 감독은 티키타카 전술로 올 시즌 맨체스터시티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티키타카는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한다는 뜻으로 짧고 강한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점유율을 높여 경기의 흐름을 지배하는 전술. 티키타카로 인해 스트라이커는 키가 커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졌고 작지만 빠른 공격수가 각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신 감독과 대표팀은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한국식 티키타카의 발전, 정착 가능성을 확인했다. 장신이 즐비한 스웨덴과 독일, 그리고 개인기가 뛰어난 멕시코 등 러시아월드컵 F조 경쟁국들을 이기기 위한 하나의 해법을 찾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신 감독은 평가전 직후 “공격진 모두에게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 얽매이지 않는) 제로톱 전술을 펼치라고 주문했고, 효과를 거뒀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물론 변화는 있었다. 후반 30분 196㎝의 장신인 김신욱(30·전북 현대)이 투입되면서 공격 패턴이 바뀌었다. 김신욱의 머리를 겨냥한 동료의 패스가 잦아졌고, 김신욱은 184㎝인 수비수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과 함께 제공권을 장악했다. 빠른 돌파, 짧고 강한 패스를 주고받다 ‘조커’ 김신욱이 투입된 뒤 길게, 문전으로 향하는 크로스로 공격패턴이 바뀐 건 스피드의 장점을 더욱 살리는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