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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29일(火)
압박과 협상 竝行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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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정치부 차장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패권을 다퉜던 펠로폰네소스 전쟁 말기 스파르타 장군이었던 리산드로스는 위협적인 말과 행동으로 반대파를 제압하기로 유명했다. 리산드로스는 이중 플레이를 하려던 보이오티아 대표들에게 “당신네 땅을 지날 때 창을 겨누고 가야겠소, 아니면 세우고 가야겠소?”라고 협박해 지지를 얻어냈다. 외교적 타협도 그것을 강요할 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간파한 행동이었다. 동맹군을 이끈 리산드로스는 아이고스포타모이 해전에서 아테네 해군을 대파함으로써 길었던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스파르타의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북한이 최근 미·북 정상회담을 두고 보인 행보는 불행히도 힘을 통한 외교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은 지난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 부상의 담화에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난하고 미·북 정상회담 재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을 시작했다. 한·미 연합훈련인 맥스선더를 이유로 같은 날 예정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문재인 정부와 다시 마주 앉지 않겠다며 남북 대화마저도 거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 방식이 ‘리비아 방식’이 아닌 ‘트럼프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핵 포기 시 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이라는 보상을 주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히며 북한을 달랬지만 북한은 24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 담화를 통해 비난 대상을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으로까지 확대했다.

북한의 태도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 취소와 무력 사용 가능성을 담은 편지 한 장을 공개하자 완전히 바뀌었다. 이 편지는 미·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잠시 넣어뒀던 압박과 제재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것임을 의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핵 해결을 위해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수차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단독 제재를 통해 북한의 돈줄을 끊고 원유 공급 제한을 가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전략폭격기 B-1B 랜서 등을 북방한계선(NLL) 이북까지 전개시켰다. 올 3월에는 동해에서 항공모함 3척이 함께 하는 훈련을 벌였다. 이례적이었던 두 훈련 모두 북한에 대한 고강도 무력 압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는 이러한 압박과 제재의 강도를 더욱더 높이겠다는 선언이었다.

북한은 25일 김 제1 부상 담화를 통해 미·북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밝혔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26일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미·북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표시하고 판문점 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약속했다. 27일에는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 부상 간의 미·북 실무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다. 일련의 사건은 북한을 비핵화 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데는 압박과 제재가 최고의 카드라는 점을 보여줬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정상에 오르는 길은 문 대통령의 말처럼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이 순탄치 않은 길로 정상까지 북한을 이끌고 가기 위한 답은 ‘압박과 제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suk@
e-mail 김석 기자 / 국제부 / 차장 김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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