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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30일(水)
“20代 여성들, 무언가 꿈꾸지만 행복하진 않다는 걸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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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로운 매력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데뷔한 배우 전종서는 “보고 느낀 걸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나 스스로 잘 정리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 영화 ‘버닝’으로 데뷔… 칸무대 밟은 전종서

예고 졸업후 영화학과에 입학
제도권 싫어 거의 학교 안가
대화할때도 나만 바닥 내려가
친구들이 블랙홀 같다고 말해

유아인과 수위 높은 베드신
그냥 사람사는 모습이라 생각
순간순간 느끼는 대로 연기
‘사람 공부’ 많이 하고 싶어


“다양한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사람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싶어요.”

이창동 감독의 ‘버닝’으로 데뷔한 배우 전종서는 앞으로 연기를 하며 지켜나갈 자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 영화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내레이터 모델 해미를 연기했다. 해미와 해미의 어린 시절 친구 종수(유아인), 해미가 아프리카 여행 중 만난 벤(스티븐 연) 등 세 캐릭터가 혼란스럽게 엮이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전종서는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다가 돌연 사라지는 캐릭터를 신비로운 연기로 소화해냈다. 이 영화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전종서는 이 감독, 동료 배우들과 함께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칸영화제 현장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전종서는 자신이 연기한 인물에 대해 “내 또래의 20대 젊은이들이 공감할 만한 캐릭터”라며 “해미를 연기하며 20대 여자들은 누구나 외롭고, 힘들고, 무언가를 갈망하고 꿈꾸지만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부시맨이 배가 고픈 ‘리틀 헝거’에서 삶의 의미에 굶주린 ‘그레이트 헝거’가 되려 한다며 그들을 만나기 위해 아프리카로 간 해미처럼 전종서도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배우가 된 듯했다. 그렇게 그는 해미 자체로 느껴졌다. 이 감독도 전종서의 그런 모습을 보고 바로 캐스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시절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정체성의 혼란이 일었다는 그는 예고 졸업 후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진학했지만 바로 휴학하고 현 소속사와 만나 ‘버닝’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한 후 학교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 제도권이 싫었다”며 “학교를 나와 연기활동을 하고 싶어서 회사를 찾는 여정이 길었다. 이창동 감독님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셔서 내 성장 과정을 자세히 들려드렸다”고 소개했다.

모호한 이야기를 풀어낸 이 영화는 미스터리 구조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해미는 어디로 간 건지, 소설가 지망생인 종수는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하게 한다. 전종서에게 “해미는 어디로 갔냐”고 묻자 “죽었을 수도 있고, 외국이든 어디든 희망을 찾아 사라졌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는 순간순간 느끼는 대로 연기했다”며 “해미는 내 모습이 투영된 ‘동시 존재’라고 생각했다. 해미도 나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도 나고, 앞으로 보여질 모습도 나다”라고 말했다.

전종서는 영화에서 해미가 노을을 배경으로 상의를 벗고 춤을 추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그는 “너무 좋으면 너무 슬퍼진다. 행복하다가 끝나버릴 것 같다”며 “각박한 상황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아이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것에 대한 억울함에 몸부림치는 장면이 추하면서 아름답고, 아름다우면서 추하다”고 설명했다. 이 장면 외에도 해미와 종수가 사랑을 나누며 수위 높은 노출과 베드신이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그냥 사람이 사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일부 장면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비디오를 찾아보며 영화에 빠져들었다는 그는 “전에는 무작위로 영화를 봤는데 지금은 징그러운 거를 많이 본다”며 “장면이 징그러운 게 아니라 끝까지 내려가는 징그러운 감정을 보여주는 영화를 좋아한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징그러운 구석이 많아 영화로 갈증을 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나만 바닥까지 내려간다. 그렇게 해야 대화를 한 것 같다”며 “친구들이 나와 얘기하면 블랙홀에 빠져드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게 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기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잃으면 안 된다. 그만큼 소중하게 다룰 것”이라며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배우로서 스펙트럼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지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보고 느낀 걸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나 스스로 잘 정리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mail 김구철 기자 / 문화부 / 부장 김구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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