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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美國에서 본 한반도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30일(水)
남·북·미 同床三夢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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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22일 기자회견. 한·미 간 대북 관련 이견이 많이 노출됐다. AP연합뉴스

신기욱 스탠퍼드大 교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트럼프와 김정은 ‘적과의 동침’
文, 차분한 페이스메이커 돼야
한·미 공조강화, 플랜B 마련해야


북한 문제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파격적인 미·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만큼이나 극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회담 취소와 재개, 그리고 깜짝 남북 정상회동까지 지난 한 주는 그야말로 숨 가쁜 행보의 연속이었다. 세 정상은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셈이다. 이젠 내리기엔 너무 늦었고, 그렇다고 결말을 예상할 수도 없는 고난도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치밀한 전략 아래 빠른 속도로 국면을 주도해 왔다. 특히, 관계 개선에 목말라 하는 한국의 진보 정부를 활용해 미·북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 카드를 이용해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한 후 이를 토대로 다시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주도면밀함을 보여주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두 차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기에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을 면담한 것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회담 취소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긴급 회동을 한 것도 대미 관계에서 한·중 카드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북한은 연이은 정상회담으로 이미 ‘북한 = 정상국가’라는 이미지를 연출했으며, 미·북 정상회담 합의 자체만으로도 김정은은 미국 대통령과 견줄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한동안 껄끄럽던 중국과의 관계 복원은 물론 지난 10년간 강경책을 고수했던 한국과도 관계 개선을 이뤄냄으로써, 향후 미국의 군사적 옵션은 물론 최대 압박정책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었다. 대북정책을 놓고 한·미 간 의견 차가 커질 경우 동맹이 흔들리고 미군 철수론이 나올 수도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협상술을 내세워 북한에 맞서왔다. 미국 우선주의에 맞춰 목표를 설정한 후 이를 이루기 위해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딜 메이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질서를 이끄는 최강국 대통령으로서의 위신이나 동맹국에 대한 예우 등은 개의치 않으며, 정치 외교 또한 그의 특기인 리얼리티 쇼처럼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농구로 치자면 북한의 지역방어에 맨투맨 즉 대인방어로 맞서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대인방어가 상대방에게 압박감을 주는 효과는 있지만, 체력 소모와 파울이 많아지는 단점이 있듯이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적과의 동침’을 해야 하는 김정은과 트럼프는 판을 깨기보다는 설사 경기 내용이 성에 차지 않더라도 흥행에는 성공하는 블록버스터급 합작 매치를 이루려고 할 것이다. 회담 취소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트럼프는 이를 통해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믿고 있으며, 이런 행보는 합의가 이뤄진 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북 간의 비핵화 수준이나 방식에 대한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양측이 모두 만족할 딜은 어렵다. 진짜 위기는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서로 비난하고 책임을 떠넘길 때 나타날 것이다.

판문점과 태평양을 오가며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을 살리려고 하는 문 대통령의 노력은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그의 행보에선 뭔가 조급함이 느껴진다. 미국 내에선 한국이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도 없이 의욕만 앞서 북에 끌려다닌다는 불만이 있다. 문 정부가 밀어붙였던 미·북 판문점 정상회담이나 남·북·미 종전선언 등에 미국 정부와 의회, 전문가 그룹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중·미 간의 공조로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했는데, 이젠 자칫 미국을 배제한 남·북·중 연합군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는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브레이크로 볼 수도 있다.

한·미 간 온도 차도 여전하다. 지난번 한·미 정상회담만 해도 문 정부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했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특히, 한국의 진보 정부가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후 미군 철수 수순을 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이 적지 않다. 판이 흔들릴수록 문 대통령은 비핵화, 한·미 동맹 등에 대한 포지셔닝을 분명히 하고, 김정은과 트럼프가 오버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페이스메이커로서 역할을 하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플랜B도 만들어야 한다.

모두 호랑이 등에서 한반도 평화를 외치지만 그 목적지나 방법론이 다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자칫 미·북 간 정치적인 동상이몽이 남·북·미 간 ‘동상삼몽’으로 또 나눠진다면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것이다. 저명한 동아시아 전문가였던 고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는 북한 문제에 대해 “월, 수, 금요일엔 낙관적이고 화, 목, 토요일엔 비관적이다”라고 진반농반으로 이야기하곤 했다. “주중엔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하지만, 일요일엔 좀 쉬면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그의 뼈 있는 조언처럼 지금은 성급한 낙관론이나 비관론 모두 경계하면서 좀 더 긴 호흡을 갖고 차분하게 대북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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