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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30일(水)
소득 양극화 문제의 빗나간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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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올 1분기에 들어 상위 20%의 소득은 9.3%가 늘었는데, 하위 20%의 소득은 지난해 동기보다 8.0%나 줄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최저임금 인상이 한 원인이 되지 않았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성장이 둔해진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 수요 감소로 이어져서 일자리 수를 줄일 것이라는 주장이 옳은 것 같기도 하고, 비록 단기적으로는 일자리가 줄어도 중장기적으로는 늘어나기 때문에 단기 결과만을 놓고 최저임금 정책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정당하게 들린다. 소득 불균형이 더욱 심해졌다는 건 어쨌든 대단히 걱정스러운 소식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경제적 양극화의 문제가 삶에 깊게 스며들어서, 젊은이들은 금수저와 흙수저 이야기에 좌절하고, 가계 빚에 눌려 사는 서민들은 금리 인상을 걱정하며, 많은 노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빈곤율에 어려운 황혼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경제적 문제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경제적 양극화는 이제 사회 실패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시행착오의 대가가 지나치게 커서 혁신을 저해하고, ‘정답’에 대한 집착이 ‘상상력’을 가로막으며, 대립과 갈등은 해결 국면을 찾지 못한 채 쉽사리 극단화된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는 미래를 상상하고 가능성을 추구하는 대신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고, 상용직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이미 과당경쟁인 요식업과 소매업에 별수 없이 뛰어든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특히 익숙해진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현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은 소득주도성장론과 ‘사람 중심 경제’이다. 현 정부는 이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도의 정책 수단만으로는, 성장을 견인할 만큼의 소비 효과가 나오지도 않을 뿐 아니라 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지도 않는다.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가능성에 투자하기보다는 단기 정답에 집착할 수밖에 없고 재기 없는 낙오와 안전망 없는 실직의 두려움에 지나치게 위축되는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수당을 포함시킨 개정 최저임금법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이란 정책 수단을 둘러싼 대립 이전에, ‘사람 중심 경제’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관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은 그의 큰 함의에도 불구하고 ‘사람 중심 경제’의 작은 일부가 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사안마다 큰 논란과 갈등이 불거지고, 성장정책이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면 곤란하다.

청년실업, 가계 빚, 노인 빈곤 등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는 사회적 병증이다. 이러한 병증에 익숙해지고 겁을 먹고 사는 상황에선 소비가 성장을 가져오는 경제도, 혁신이 성장을 가져오는 경제도 이뤄지지 않는다. 이러한 큰 문제는 경제학만으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의 문제는 사회 실패다. 단순한 경제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희망의 사다리를 다시 놓고, 희망에 대한 기대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널리 퍼져나가야 ‘사람 중심 경제’가 가능하다. 혁신하는 것도 사람이고 소비하는 것도 사람이다. 지난 수십 년간 쌓여온 사회 실패의 병증을 치료하고 어떻게 성장을 이뤄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의 도전은 거시정치의 도전이고, 정치적 리더십의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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