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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30일(水)
애니멀 스피릿과 로봇 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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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경제산업부 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갑자기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를 열었다. 기획재정부 등 5개 부처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 정책실장,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예정에 없던 경제 관련 회의를 긴급 소집한 것은 정부 출범 후 처음이라고 한다. 올 1분기 최하위 가구의 소득이 1년 전에 비해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폭인 8% 급락하고, 최상위 가구는 오히려 9.3% 뛰어올라 양극화 심화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긴급회의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이란 정부 정책 기조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득주도 성장 말고 또 하나의 정부 경제정책인 혁신성장도 최근 6개월 성과 점검 회의가 열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가시적 성과가 부족하다. 경쟁국들은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걸어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속도감 있는 혁신성장 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정부 출범 1년 때 나온 ‘외교·안보는 합격,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낙제’ 평가를 인정한 것일까. 최소한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는 동의한 셈이다.

경제성장을 이끄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애니멀 스피릿(Animal Spirit)’이 꼽힌다. 대공황 당시 정부 공공지출을 통한 적극 개입 정책을 설계한 케인스주의 경제학의 창시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기업인이 투자를 결정하는 데는 이런 야성적 충동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그와 같은 해에 태어나 20세기 전반 경제학계를 함께 이끈 빈 학파의 거두 조지프 알로이스 슘페터는 기업인에 의한 창조적 파괴, 즉 기술혁신이야말로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역설했다. 요즘 용어로 하면 ‘로봇 스피릿(Robot Spirit)’ 정도 될까.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하면 이런 충고가 된다. “인간의 본능적 직감과 로봇의 빅데이터 분석이 합쳐져야 참된 경제발전이 이뤄진다.” 그런데 우린 애니멀 스피릿도, 로봇 스피릿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야성적 충동은 적폐 청산에, 기술 혁신은 규제 문턱에 발목이 잡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대통령의 질책도 아마 이런 위기의식에서 나왔을 것이다.

미·북 정상회담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4, 5월 두 달간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기류는 요동쳤다. 대전환의 시기다. 포커 한 판으로 부르기엔 너무나 중요한 역사적 고비다. 우리 이목이 온통 여기 쏠린 사이에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도 2개의 큰 파도가 밖에서 밀어닥쳤다. 4월 미국의 망(網) 중립성 폐지와 5월 유럽연합(EU)의 통합 개인정보보호법(GDPR) 시행이 그것이다. 두 공룡 경제권의 IT 정책 대선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적 데이터 활용에 초점을 맞췄다. 망의 안정성과 효율성,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 가운데 효율성 및 활용 쪽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들 경제 우등생은 데이터가 과거 원유(原油)처럼 산업의 혈액이란 걸 잘 알고 있다. 2학년이 된 문재인 정부도 외교·안보 과목을 어느 정도 통과한 다음, 1학년 때 낙제한 경제성장 과목을 더 열심히 공부했으면 한다. 수조 원대 벤처기업을 일구어낸 민간인 출신의 4차 산업혁명위원장도 “기업인의 기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혁신성장 긴급 점검회의도 보고 싶다.

nosr@
e-mail 노성열 기자 / 경제산업부 / 부장 노성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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