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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논설주간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30일(水)
김정은 전략의 내재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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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논설주간

北전략·전술 결코 얕봐선 안 돼
C,V,I 모두 신기루 만들 가능성
시간에 더 쫓기는 쪽은 트럼프

文정부 善意를 대미 방패 삼고
‘쓸모 있는 바보들’ 활용할 것
무늬만 비핵화 적극 경계해야


상대를 알고 나도 알면 위태로움을 피할 수 있다(知彼知己 百戰不殆). 상대를 모르고 나만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진다. 상대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늘 위험하다. 손자병법의 이 원칙은 북핵 문제에도 적용된다. 북한 전략을 뿌리까지 알지 못하면 완전한 비핵화(CVID)를 이룰 수 없다. 내재적 접근 방식으로 본 김정은 생각은 다음과 같다.

내가 어리다고 얕보는 사람들이 있다. 웃기는 얘기다. 나는 이미 6년 5개월 이상 공화국을 이끌고 있다. 그 사이, 남조선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를 거쳐 문재인,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에서 도널드 트럼프, 중국 주석은 후진타오에서 시진핑으로 바뀌었다. 나만큼 실전 경험이 많은 사람은 없다. 신년사 한 번으로 국면을 뒤집은 것도 나다.

비핵화 쪽으로 전략적 결단을 한 것은 맞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어떤 비핵화를 하느냐의 방식에 수많은 탈출구가 있다.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핵 역량 제거는 가능하지도 않다. C, V, I 모두 신기루다. 핵탄두와 핵물질은 이미 깊숙이 감춰 두었다. 핵탄두와 ICBM 몇 개만 상징적으로 해체하거나 넘기면 된다. 6차례 실험을 통해 제조 기술도 완성했다. 핵실험장은 다시 만들면 된다. 미국이 공화국 ‘패’를 훤히 들여다본다지만 우리도 마찬가지다. 나는 10년, 20년, 50년 앞을 내다본다. 트럼프는 5개월 뒤 중간선거부터 문제여서 싱가포르 협상 실패는 치명타가 된다. 시간에 쫓기는 쪽이 다급하다. ‘한반도 비핵지대화’로 역공해 남조선과 미국 관계도 흔들 것이다.

공화국이 개방하면 빨리 망하고, 가만히 있으면 천천히 망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공화국을 배신한 태영호가 쓴 책이 남조선에서 많이 팔렸다는데, 공화국 치부를 까발린 것은 밉지만, 공화국 체제의 본질은 제대로 소개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이 터진 후 각국의 지원이 끊길 줄 알고 전전긍긍했는데, 반대로 “요원이 자폭하는 것을 보니 북한 붕괴는 요원하다”면서 지원이 이어졌다. 지금 당·군과 행정 조직 모두 건재하다. 소련 붕괴는 경제난이 아니라 ‘당 중심’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공화국에선 그럴 일이 없다.

다만, 신경이 쓰이는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국의 무도한 공격이다. 이를 막기 위해 별의별 노력을 다했다. 태영호 주장대로, 영국과 수교를 한 것도 미국의 최고 동맹국을 이용해 공격을 막거나 견제하기 위한 이영제미(以英制美) 전술이었다. 둘째는, 남조선처럼 공화국 경제를 살려 인민들을 배불리 먹이고, 잘살게 해주고 싶다. 이를 위해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가급적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다시 공화국을 돕기 시작했다.

이런 시기에 남조선에 문 정권이 들어선 것은 공화국의 복이다. 미국 공격을 저지하고, 경제적 도움도 줄 것 같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끝났다. ‘쓸모 있는 바보(useful idiot)’들이 남조선에도 많다. 블라디미르 레닌은 자유민주 사회에 살면서 공산 체제를 선망하는 그런 사람들을 활용해 러시아 혁명에 성공하고, 공산 혁명을 세계에 수출하는 토대도 닦았다. 선대 수령님과 장군님께서는 남조선 인민 절반은 공화국 편을 들 것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런 것 같다. 남조선과 중국, 러시아만 공화국에 우호적이면 ‘무늬만 비핵화’로 버티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다.

이런 김정은을 상대로 문 정부는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선의(善意)와 남한 내 친북 세력을 방패 삼아 비핵화는 시늉에 그치면서 경제 지원을 얻어내고 한·미 동맹 약화는 덤으로 챙기려 든다. 이미 동맹 신뢰엔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에는 내재적 접근론자가 많았다. 10년 지나 다시 그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내재적 접근은 올바른 변화를 강제할 때만 의미가 있고, 그 자체에 그치면 ‘종북’일 뿐이다. 평화·통일 지상주의는 대북 압박에 반대함으로써 북핵 폐기는 물론 평화도 통일도 저해한다. 핵 문제에 집중하지 않고 종전선언 등 북한 체제보장을 앞세우는 것은 ‘쓸모 있는 바보’를 자처하는 일이다. 지금은 성장에 진력해 경제력을 더 키우고, 대북 포용 열정의 절반이라도 투입해 남남 갈등을 줄여야 할 때다. 그런데 문 정부 움직임은 반대다. 부지피부지기(不知彼不知己)의 위험으로 치닫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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