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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5월 30일(水)
黨舍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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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국회 건너편 서여의도 건물주들이 가장 꺼리는 임차인은 정당(政黨)이다. 당사가 입주하면 시위대와 이를 막는 경찰로 몸살을 앓는 데다 다른 입주자들이 기피한다. 그러다 보니 정당이 처음에는 ‘XX 연구소’ 이름으로 가계약을 했다가 입주해 눌러앉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딜 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정치와 똑 닮았다.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이후 여의도 한양빌딩에 있던 중앙당사를 이전키로 했다. 20대 총선에서 의석수가 줄면서 국고보조금이 삭감되자 매달 1억 원의 임차료가 부담이 된 것이다. 아예 여의도를 떠나 싼 영등포 쪽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한국당이 입주해 있는 한양빌딩은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한 ‘명당’으로 꼽힌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면서 이 빌딩에 당사를 차렸고 대선 승리를 일궈냈다.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곳에서 승리했는데 한국당이 11년간 머물던 이곳을 떠나는 것을 보면 당의 자금 사정이 얼마나 악화했는지 알 수 있다.

1980년대 여당의 당사는 정치 1번지인 종로구 관훈동에 자리 잡았다. 민주정의당은 이곳에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배출했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 때 여의도의 극동 VIP빌딩으로 옮겨오면서 본격적인 여의도 시대를 열었다. 정치권에서는 서여의도 빌딩 숲 중앙에 당사나 캠프를 차리면 좋다는 속설이 있어 대하빌딩, 용산빌딩, 한양빌딩 등이 정치 명당으로 꼽힌다. 특히 김대중,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와 조순·고건 전 서울시장의 캠프가 있었던 대하빌딩은 유명하다. 건물주인 김영도 씨는 DJ와 개인적인 인연이 깊어 13대 국회 때 평화민주당 비례대표를 지냈다.

지난 2004년 불법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여야가 모두 여의도를 떠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호화 당사에 있을 수 없다”며 영등포의 옛 농협 공판장 건물로 이전했다. 차떼기당 오명을 썼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당 소유 건물을 매각하고 현판을 떼 여의도 광장에 천막당사를 차렸다. 이후 염창동에 둥지를 틀었다가 2년 9개월 만에 여의도로 복귀해 두 번 연속 집권하는 행운을 누렸다. 이런 역사를 보면, 명당에 있어도 민심을 얻지 못하면 지옥이고, 허름해도 민심을 얻으면 천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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