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안하려는 與… 뭘 해도 안되는 野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여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6·13 지방선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무관심 속에 썰렁한 지방선거
내일부터 공식 선거운동 개시

與 ‘가만히 있어도 당선’여유
인신공격에도 대응조차 안해
野,선거판 못흔들고 지리멸렬
전국 곳곳 TV토론 무산 속출

30일로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개시(31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썰렁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뭐든 안 하려’ 하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판세를 뒤집을 계기를 만들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로 인해 ‘정권 심판론’도 먹히지 않는 데다 과거처럼 선거판을 흔들었던 대형 이슈나 공약도 부재한 3무(無) 선거로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평화당 관계자는 30일 “호남의 민주당 후보들이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불문하고 토론회든, 공개적인 정책 경쟁이든, 하다못해 네거티브성 인신 공격에 대한 대응조차도 안 하려 한다”며 “‘가만히만 있으면 당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의 측근도 “솔직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지지율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괜히 꼬투리 잡힐 일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지금 이대로’ 전략은 부산·울산 등 전국 곳곳에서 TV 토론회 일정이 무산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여러분의 한 표는 촛불 민주주의의 완결판이자 적폐청산의 최종판인 ‘지방적폐 청산’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든든한 우군을 만들어 달라”고 밝혔다. 야권 관계자는 “지방선거용 전략이나 정책을 놓고 평가받기보다는 적폐 청산, 촛불 등에 기대 선거를 치르겠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후보들이 이처럼 버틸 수 있는 배경에는 높은 지지율 외에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의 지리멸렬한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지는 탓에 유권자들도 정권에 대한 ‘심판’보다는 ‘기대’가 커 여권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분열된 보수 야당들이 민생 어젠다를 아예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29일부터 “내 삶이 더 좋아졌다면 1번을 선택하시고, 더 나빠졌다면 2번을 선택하는 것이 이번 선거”라고 민생경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모두 지방선거보다는 지방선거 후 정계 개편과 정치 지형 변화에 더 관심이 쏠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